당선되면 사퇴·낙선하면 유지...이사장 선거 출마한 대구 중구의원

민주당 소속 신범식 의원 결국 낙선에 비난 들끓어 “지방자치제도 우롱하고 지역 주민 기만한 처사” 의원직 사퇴 촉구 목소리

2019-11-24     김무진기자
대구의 현직 기초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 논란이 일고 있다.

구의원 당선 1년 만에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나서 당선 시 의원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세금으로 다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초의원은 당선되면 의원직 사퇴, 낙선 시 유지 전략을 택하고 이 같은 행보에 나섰다 결국 떨어졌지만 당락의 여부와 상관없이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4일 대구 중구의회 및 정의당 대구시당, 지역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신범식 중구의원은 지난 22일 대봉새마을금고 본점 회의실에서 치러진 이사장 등 임원 선출에 입후보했다.

이번 선거에 신 의원은 다른 2명의 후보와 함께 이사장 선거에 출마해 결국 낙선했다.

만약 당선됐다면 그는 업무추진비 외에 1억원 안팍의 연봉을 받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할 계획이었다.

현행 ‘지방자치법 제35조(겸직 등 금지)’에 지방의원은 농업협동조합, 수산업협동조합, 산립조합,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임직원을 겸직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낙선에 따라 의원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와 관련해 신 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을 하며 배우고 경험했던 것을 새마을금고에도 적용해 또 다른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선거에 나섰다”며 “구의원으로 지지해 준 주민들에게는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 정당 및 시민단체 등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대구 중남구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지방의원직을 정치적 소명이 아닌 출세와 성공의 사다리로 보지 않고서야 이런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일 수 없다”며 “신 의원은 당장 의원직을 사퇴하고 민주당 대구시당 역시 당장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도 성명을 내고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할 지방의회 의원이 그 직과 편법을 이용해 이사장직에 출마한 것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제도를 우롱하고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신 의원은 즉각 사퇴하고 민주당 대구시당도 시민들에게 사죄하라”고 꼬집었다.

대구참여연대도 “불과 16개월 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의원이 임기 절반도 마치지 않고 겸직이 불가능한 새마을금고 이사장 선거에 출마한 것 자체가 지역 주민들을 모욕한 것”이라며 “이는 이해관계 충돌 입법 취지를 전면 부정한 것이고 조항의 허점과 빈 공간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행위로 신 의원과 소속 정당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