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8 to 5’ 근무제가 가져다 준 행복

포스코 직원들의 달라진 일상 풍속도 1시간 빨라진 출·퇴근으로 직원들 취미 활동 늘어 회식시간 앞당겨지고 ‘아침형 인간’으로 변화 추세 “저녁 있는 삶 제대로 누리는 것 같아요” 만족감 표시

2019-12-05     김대욱기자

“요즘 저녁시간이 달라졌어요. 애들과 함께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보니 아내가 무척 좋아합니다.”

포스코 포항 본사에 근무하는 김모(35·남구 효곡동)씨는 요즘 하루 하루가 즐겁다. ‘8시 출근 5시 퇴근제’가 가져다 준 행복이다.

그는 요즘 오후 5시에 퇴근한 후 테니스 레슨을 받고 있다. 오후 6시에 퇴근하던 지난 10월달만 해도 테니스 레슨을 받기가 어려웠다. 레슨이 오후 6시에 시작되기 때문. 하지만 요즘 김씨는 퇴근 후 곧바로 테니스장으로 향해 1시간 가량 레슨을 받고 집에 가도 오후 7시30분 이내에 도착해 가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할 수 있다.

경북

포스코가 지난달 18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8시 출근 5시 퇴근제’가 직원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고 있다. 시행한지 3주 가까이 지난 5일 현재 직원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그 이유는 퇴근 이후 다양한 취미활동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테니스, 골프, 바리스타 수업 수강 등 각종 스포츠나 취미활동과 관련해 레슨을 받기가 훨씬 편해졌다는 게 직원들의 말이다.

종전 6시에 퇴근할 때는 저녁식사 시간과 겹치다보니 레슨을 받기 애매했다. 레슨이 6시에 시작되면 수강이 불가능하고 7시면 1시간 정도 레슨을 받고 집에 갈 경우 9시 가까이 돼야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녁식사가 너무 늦어졌다. 그렇다고 6시에 퇴근 후 집에가서 저녁을 먹고 레슨 시간인 7시를 맞추기도 쉽지 않았다. 밖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면 되지만 자주 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이 제도 시행 이후 직원들의 회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기존 오후 6시 퇴근 후 회식할 때는 밤 10시를 넘기기 일쑤였지만 5시 퇴근 후 회식 시간이 앞당겨지면서 9시 이전에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직원들의 생활패턴도 많이 달라졌다. 이른아침 출근 준비를 위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밤 12시 이전에 취침하는 직원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직원들이 이 제도를 반기는 또다른 이유는 기존 ‘9시 출근 6시 퇴근제’가 시행될 때도 업무특성상 9시 훨씬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퇴근은 6시가 돼야 가능했는데, 제도 시행 이후부터는 5시면 퇴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포스코 관계자는 “노사합의로 ‘8시 출근 5시 퇴근제’가 시행되면서 직원들이 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며 “특히 제도 시행으로 많은 직원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제대로 누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원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아침 잠이 많은 직원들은 이 제도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꿀잠을 자야하는 새벽 시간대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 또 맞벌이 부부는 출근 전 자녀들을 어린이집 등에 보내야 하는데 시간 맞추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 제도는 포스코 전체 직원 1만7000여명 가운데 상주근무자 1만1000여명만 적용되고 나머지 교대근무자는 종전과 동일하다.

한편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ICT, 포스코건설 등 그룹사들도 ‘8 to 5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