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만 왜 100% 교체… 우리가 호구냐”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TK 현역의원 교체요구 가장 높아 당초 예상보다 높은 ‘전원 물갈이론’에 지역 정치권 불만 “경쟁률 높아 교체지수 높은 건 당연” 당무감사 문제 제기

2020-01-05     손경호기자
“TK가 무슨 호구냐. 왜 우리지역만 100% 물갈이해야 된다고 난리치는지 모르겠다.”

자유한국당 내에서 TK(대구·경북) 현역 국회의원 전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지역의 한 당직자는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국당이 4.15 총선 공천을 위해 지난해 10월께 당협위원회의 조직 관리, 인지도, 평판, 당선 가능성 등을 포함한 당무감사를 한 결과, 대구·경북 현역 교체 요구가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적쇄신 요구 목소리에 중진의원들이 가장 민감해 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 중진 의원은 주호영(대구 수성을, 4선), 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3선), 김광림(안동, 3선), 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 등 4명이다. 더구나 초·재선까지 TK 국회의원 전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현역 의원에 대한 불만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져 지역 정치권에서 받은 충격도 상당하다.

TK지역이 역대 총선에서 교체율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물갈이 요구는 예상됐었지만 100% 물갈이론은 수위가 당초 예상보다 높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TK 현역의원에 대한 이 같은 불만은 박근혜 정부 시절 ‘공천’ 논란을 일으킨 ‘진박(眞朴)’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탄핵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에 불만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책임 및 예산안·선거법·공수처법 등 여권에 무기력하게 당한 책임을 이유로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는 타 지역 의원들과 비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마치 TK의원은 무슨 죄라도 지은 양 죄인 취급받고 있는 기분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경북도당위원장인 최교일 국회의원(영주·문경·예천)은 5일 “TK지역의 초선 비율이 65%나 되고, 그외 지역은 초선비율이 35% 정도”라며 “지난번 때 이미 물갈이를 한 상태다. 보수의 심장이고 자유한국당의 심장부인데 개혁이나 쇄신의 희생양으로 계속 삼으면 TK는 초선만 나오는 불합리한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또 이만희 국회의원(영천·청도)은 “구체적으로 파악은 하지 않았지만, 당무감사 관련 내용은 사실과 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총선 때마다 터져나오는 현역의원 교체 등 인적 쇄신 요구가 당무감사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당 안팎의 문제제기에 대해 당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역 의원의 정치경쟁력과 무관하게 경쟁력 있는 당내 경쟁자들이 많을수록 교체지수가 높아지기 때문인 것이다. 따라서 예선이 본선인 대구·경북에서는 공천 경쟁률이 높을 수밖에 없고, 경쟁자 숫자에 비례하는 교체지수가 타 지역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결국 TK지역 물갈이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교체지수 문제를 이번 기회에 재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