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개학연기… “원비 왜 안돌려주나”

당초 개학보다 3주 연기 “못돌려 받나” 문의 빗발 ‘원비 감면’ 청원도 올라 관계자 “1년 예산 계획돼 환급 어려워… 방안 모색”

2020-03-08     이예진기자

“유치원 개학이 이렇게나 미뤄졌는데 원비를 동일하게 내야 하나요?”

최근 인터넷 맘카페 등에는 이와 같은 문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유치원 등 개학이 계속 연기되자 이미 납부한 원비는 왜 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코로나19 전염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부는 지난 2일 전국의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일을 본래보다 3주 늦은 23일로 연기했다.

문제는 이미 납부한 유치원비를 돌려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치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유치원은 3월 등록비를 전달인 2월 중순에 미리 결제하고 있다. 약 한달 동안 교육을 받지 못함에도 환급규정 등 교육부에서 내려온 지침은 없는 상태다.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포항시 북구의 한 유치원에 아이를 등원시키는 학부모 A(34·이동)씨는 “3주나 미뤄져서 아이들을 집에서 돌보게 돼 가계 부담도 증가했는데 보내지도 않는 유치원비를 따로 내야 된다니 화가 치민다”면서 “긴급 돌봄 시스템을 운영한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가 걱정돼 보내는 것도 꺼려지고 보낸다 해도 또래 친구들이 많이 없어 아이가 되려 심심해할 것 같다. 언제까지 이런 사태가 지속될지 모르니 아예 유치원을 보내지 말까 생각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코로나로 인한 휴원 시 유치원비 감면’이라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8일 오후 3시 현재까지 참여인원은 2만 5409명이다.

청원을 등록한 A씨는 “아이들을 보내지도 않는데 가정보육하면서 유치원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이로 인해 퇴소를 고민하는 엄마들도 있고 또 유치원비가 부담이 되는 가정도 많다”고 호소했다.

유치원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긴급 돌봄 시스템으로 운영을 완전히 중단할 수도 없고 교사 인건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포항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육부의 별도 지침은 아직 없다. 유치원마다 보통 1년동안 사용될 비용을 측정해서 예산을 짜기 때문에 전체 환급은 어렵다”며 “체험학습비, 간식비 등 실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환급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유치원마다 부분 환급, 방학 일수 조정 등 방법 통해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