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전문병원’ 단 1곳도 없는 경북

의료 낙후 경북에 우선 설치 목소리… 감염병 대응 속수무책 지역 환자 전국 곳곳에 흩어져 치료… 음압병실 확충 절실

2020-03-17     김우섭기자
상급종합병원이 단 1곳도 없는 경북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시급히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대구 인근의 경북도내 전역이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뚫린 것을 감안하면 감염병전문병원이 경북에 최우선적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17일 경북도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영남, 중부, 인천, 제주 등 4개 권역에 감염병전문병원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에 반영된 영남, 중부 2개 권역의 감염병전문병원 설립 계획이 4곳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북도는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5개 광역자치단체가 있는 영남권에 감염병전문병원을 설립한다면 고급 의료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북이 최우선으로 선택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광역시·도에 42곳인 상급종합병원(20개 진료과목 이상) 가운데 경북에는 단 1곳도 없기 때문이다. 경북과 달리 대구, 부산, 경남에는 각각 5개, 4개, 2개가 있다.

경북지역민들은 그동안 지리적으로 가까운 대구의 상급종합병원에 거의 의존해 왔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로 대구 의료기관이 마비 사태에 이르자 도내에선 중증 이상 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동국대 경주병원 1곳 밖에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집단감염이 발생한 청도 대남병원에서도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큰 환자들이 많았지만 단체로 이송할 병원을 구하지 못해 그대로 코호트격리(동일집단격리)하거나 뒤늦게 전국 의료기간으로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경북 지역 환자들은 전국 90여 곳 병원에 뿔뿔히 흩어져 치료를 받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감염병전문병원이 도내에 설립돼야 부족한 음압병실이 확충되고 중증 환자들이 떠돌이 신세를 면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경북도 관계자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경북에 상급종합병원이 단 1곳도 없다는 사실이 알려져 보건당국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며 “도내 포항·구미·안동 등에 주요 도시에 감염병전문병원 설립과 함께 상급종합병원, 신규 의과대학 설립 등 고급 의료인프라 강화에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역별 감염병전문병원은 신종 감염병 환자에 대한 진단·치료·검사, 권역 내 공공·민간 감염병 관리기관의 감염병 대응인력에 대한 교육·훈련을 담당하며 1병실 내 1병상을 기준으로 36개 이상 음압격리병상과 음압수술실 2개를 갖추며 신규 설립에 300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