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앞둔 베테랑들, 올림픽 연기에 다시 신발끈 ‘꽉’

코로나 세계적 확산… 2020 도쿄 올림픽 1년 연기 확정 5번째 올림픽 도전 진종오 올림픽 무관 한풀이 김연경 男 펜싱 구본길·김정환 “모든 것 쏟아낼 것” 각오

2020-03-25     뉴스1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지막 무대로 여기고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었던 선수들에게도 올림픽 연기는 충격으로 다가온다.

모든 스케줄을 2020년 7월 24일 이후로 맞춰 놨던 선수들은 올림픽이 내년으로 1년 연기되면서 심리적으로 흔들릴만한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생각했던 베테랑 선수들은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있다.

‘권총 황제’ 진종오(41·서울시청)는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총잡이로 꼽힌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전무후무한 50m 권총 3연패를 이뤄냈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선 10m 공기권총까지 대회 2관왕에 오르는 등 올림픽에서만 6개의 메달(금 4, 은 2)을 수확했다. 이는 김수녕(양궁)과 함께 한국 선수 중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이다.

통산 5번째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던 진종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 여름 정상적인 대회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는 “올림픽은 동네잔치가 아니다. 대회가 급하게 열릴 경우 공평하지 않은 대회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도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진종오는 “만약 올림픽이 제때 열리지 않는다고 해도 다시 도전할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전했다.

모든 것을 다 이룬 ‘배구 여제’ 김연경(32·엑자시바시)도 유일하게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 한이 있다. 김연경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MVP를 차지하고도 한국이 4위에 그치며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후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8강에서 탈락하며 그토록 원했던 메달 획득이 무산됐다.

김연경은 올 1월 열린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에서도 복근이 찢어지는 큰 부상 속에서도 진통제를 맞고 통증을 견뎌내며 우승을 이끌었다.

김연경은 “올림픽 하나만 보고 준비를 많이 했다. 지금도 항상 올림픽에 나가는 행복한 꿈을 꾸며 기다리고 있다. 올림픽에서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버텼다”고 했다. 올 여름 엑자시바시와 계약이 끝나는 김연경은 내년 도쿄 올림픽을 위해 다시 한번 이를 꽉 깨물었다.

남자 펜싱의 베테랑 구본길(31), 김정환(37·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도 도쿄 올림픽이 마지막 무대가 될 전망이다. 대회 연기와 상관없이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기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둘은 2012 런던 올림픽 남자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빛 찌르기에 성공했고, 김정환은 2016 리우 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도 수확했다.

특히 김정환은 2018-19시즌 부상 치료와 학업 등을 이유로 태극마크를 달지 않았지만, 지난해 11월 대표팀에 복귀해 누구보다 열심히 땀을 흘렸다.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대한 의지가 뜨겁다.

남자 레슬링 간판 김현우(32·삼성생명)에게도 도쿄 올림픽이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런던 올림픽에서 한 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도 투혼을 발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현우는 리우에서는 아쉽게도 동메달을 따냈다.

레슬링 관계자에 따르면 그레코로만형 77㎏급에 출전하는 김현우는 “도쿄는 마지막 올림픽”이라면서 “연기에 관계없이 모든 것을 쏟아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밖에 런던 올림픽 남자 양궁 금메달리스트 오진혁(39·현대제철), 한국 여자복싱의 간판 오연지(30·울산시청) 등도 도쿄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