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어도 코 막혀’ 확진자들은 왜 미각·후각을 잃었을까?

2020-04-21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 몸의 신경계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신경계가 손상된 이들 중 상당 수는 미각과 후각이 상실되는 증상을 겪은 뒤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일 대구시의사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24일까지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 319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88명(15.3%)이 후각이나 미각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386명(12.1%)은 후각만, 353명(11.1%)은 미각만, 251명(7.9%)은 후각과 미각을 모두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학계에선 코로나바이러스가 ‘신경계’를 공격해 미각이나 후각을 잃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확진자들도 코로나19 직후 미각과 후각 손실을 겪었다는 투병 후기를 전했다.

가평군 1호 확진자이자 영국에서 입국한 유학생 박모씨(21)는 최근 <>과의 인터뷰에서 “밥을 먹어도 맛이 전혀 안나고 숨을 쉬어도 코가 막힌 기분이 들었을 땐 신기하기까지 했어요”라고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아직 코로나19가 신경계에 손상을 입힌다는 확증은 없는 상황이지만, 충분히 의심할만한 연구 결과가 잇따르는 상황이다. 중국 우한의 화중과학기술대학 연구진이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214명을 관찰한 결과 후각·시각 손상 등 신경 통증과 같은 말초신경계 징후가 나타났고, 근육통, 현기증, 두통, 의식장애, 급성뇌혈관질환, 발작 등 중추신경계 징후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신경학적 증상이 있는 환자를 보면 반드시 코로나19를 의심해야한다”고 말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알수는 없지만, 말초나 중추신경계에 분명히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신경계에 교란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교수는 “후각과 미각을 상실하는 증상은 코로나19를 감별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는 증상 중 하나”라고 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미각과 후각에 손상을 입더라도 영구적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와 해외에서 보고되는 완치자들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잃었던 미각과 후각을 회복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미각과 후각을 잃는 증상은 2차 증상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비염 형태로 나타나는 것인데 다른 증상 없이 후각하고 미각 상실 증상만 나타난 사람들은 없었다”면서 “상기도 감염 때문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감기가 심하게 걸렸을 때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가 없어지는 것처럼 확진자도 대부분 회복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