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방사광가속기 ‘포항패싱’ 사실인가

유치 1순위 포항, 4·15 총선 이후 정치적 논리로 입지 흔들 일부 후보지역 부지 요건 변동 등 이상한 조짐들 감지 이해찬 공약 언급 영향 작용… 전남 나주 유치 힘 실려 “정치적 논리는 꼼수에 불과”… 포항 배제 우려 목소리

2020-04-22     모용복기자
지난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 1순위인 포항의 입지가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있다.

특히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텃밭인 전남 나주 유치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총선 유세 때 전남 나주 유치 공약을 언급한 영향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전국 어느 도시보다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는 포항이 최적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과학적 경제성 논리만 따진다면 포항을 능가할 적지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정치적 의도로 접근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다음달 7일 공모발표를 앞두고 일부 후보지역의 부지 요건이 변동되는 등 특정 후보지를 염두에 둔 이상한 조짐들이 감지되고 있다. 통합당 텃밭인 TK(대구경북) 후보지 포항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면서 ‘포항패싱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포항 지역구 김정재 국회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전남 나주 유치 약속은 매표 행위나 다름없다.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인들의 입김 싸움으로 변질돼선 안된다”면서 “주변 인프라가 전혀 없는 전남 나주는 전 선거구를 석권한 광주·전남지역 민주당 의원들을 앞세워 정치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다음달 6일 신청한 4개 후보지 현장실사를 거쳐 7일 차세대 방사광가속기 우선협상 지역을 발표한다. 신청 후보지는 경북 포항, 강원 춘천, 전남 나주, 충북 청주 등 4곳이다.

유치 1순위로 꼽히는 포항은 경북도와 함께 지난 주말 포항시청에서 10여개 산·학·연이 참여한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경북유치 공동추진단’ 회의를 열고 세부 전략까지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유치전에 돌입했다. 포항에는 이미 3·4세대 가속기가 있어 가속기 건설 및 운영 기법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인력이 많고 인프라 구축이 잘 돼 있어 그 어느 후보지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또 기존 가속기와 연계한 ‘방사광 클러스터’를 구축, 1000억원 이상 구축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더불어민주당

하지만 이러한 특성을 무시한 채 특정지역에 방사광가속기를 꽂으려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 그 1순위가 전남 나주다. 전남은 지난 9일 200여명 규모로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를 결성했다. 아직 설립조차 안된 한전공대를 앞세워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방사광가속기 유치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강원 춘천과 충북 청주도 방사광가속기 유치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나름 유치전에 올인하고 있다. 청주는 서울 접근성이 좋고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소재·부품 등 관련 기업과 정부 출연연구기관·대학이 집적돼 있어 활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1조 원대 예산을 들여 차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추가 설립하며 경제적 효과는 1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