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뇽 유니폼 입은 KIA 브룩스…한달만에 승리투수 쾌거

2020-07-12     뉴스1
무려 한 달 만에 따낸 승리투수 기쁨. 스스로도 유니폼이 다 젖을 정도로 투혼을 발휘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에이스 애런 브룩스 이야기다.

브룩스는 지난 11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전에 선발등판해 6⅓이닝 동안 11안타를 맞았지만 3실점으로 막아냈다.

팀이 8-3으로 승리하며 시즌 4승(3패)을 수확했다. 무려 한 달 만의 승리투수 기록이다. 브룩스는 지난 6월10일 KT전에서 시즌 3승을 따낸 뒤 이후 한 달 여간 잘 던지고도 승리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타선이 잠잠하거나 불펜이 흔들리는 등 불운이 겹쳤다. 6월16일 NC전은 6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브룩스가 내려간 뒤 부터 타선이 터지기 시작했다. 6월23일 롯데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불펜이 리드를 내줬고 6이닝 1실점만 허용한 6월28일 키움전 때는 타선이 한 점도 뽑지 못해 패전의 쓴 맛을 봤다.

7월5일 NC전에서는 7⅔이닝 1실점으로 또 한 번 역투했으나 믿었던 전상현-문경찬 필승조가 와르르 무너지는 충격 상황도 경험했다.

전날 등판 전까지 올 시즌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6을 마크했음에도 승수는 고작 3승에 머물렀던 것. 이번 시즌, 댄 스트레일리(롯데)와 함께 리그에서 단연 불운한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전날은 달랐다. 1회(4점)부터 타선이 활발하게 득점 지원에 나섰다. 어깨가 가벼워진 브룩스는 피안타가 많았지만 실점을 최소화하는 위기관리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몫을 다 했다.

인상적인 장면도 포착됐다. 6회초 갑작스럽게 브룩스가 외국인 동료 드류 가뇽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이어갔기 때문. 브룩스가 계속 던진 건 확실했지만 유니폼에 적힌 이름은 분명 가뇽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직후 KIA 구단은 공식 SNS를 통해 “브룩스의 유니폼이 땀에 젖어 상대팀과 주심의 양해를 구한 뒤 가뇽의 유니폼을 빌려 마운드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매 이닝 혼신의 힘으로 던진 브룩스의 유니폼이 땀으로 흥건해진 것. 특히 이날 KIA는 이벤트 특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섰다. 그러다보니 따로 여분이 많지 않았고 이에 양해를 얻은 뒤 가뇽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이어간 것이다.

가뇽 유니폼을 입은 브룩스는 달라지지 않았다. 꾸준히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며 등판을 마쳤다. 오랜만의 타선 지원과 함께 불펜진도 뒷문을 단단히 지켜주며 브룩스의 한 달 만에 승리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