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최숙현 사태 누가 책임지나

2020-07-28     나영조기자
“부디 저 세상에서는 맘 편히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항상 웃으면서 지내시길…”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故 최숙현 선수가 유명을 달리한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체육계 (성)폭력 문제가 조금은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로 앞 다퉈가며 나서던 정치인, 체육인, 관계단체, 언론 등이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부동산 사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등 굵직한 사건이 겹치면서 묻혀 버렸는지….

당장 누구라도 잡을 것 같이 설치던 체육계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관련자는 엄벌에 처하겠다. 모든 직을 걸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많은 국민들도 가해자들의 파렴치한 행동에 분노했고 혐의를 부인하고 사죄할 일이 없다면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뻔뻔함에 더 공분했다. 하지만 그렇게 난리치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들 무얼하고 있나.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경주시에 있다. 그 중에서도 경주시청직장운동경기부 단장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최 선수가 가혹행위를 피눈물로 호소할 때 그는 외면하고 방치했다. 어린 선수가 두려움에 떨면서 용기를 내 문을 두드렸지만 끝내 못본 채 한 것이다.

지금까지 단장은 어떠한 사과나 사죄의 말 한마디도 없다. 민원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고 사태 후 대응 또한 발뺌하기에 바빴다. 경주시체육회에 위탁했다고 책임이 없는 것처럼 발을 뺀 것은 직무유기다.

특히 경주시청은 조사를 통해 폭행과 폭언의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가해자 격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사건 은폐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선수단 관리감독의 최종 책임이 있는 경주시청직장운동경기부 단장이 단 한 순간만이라도 피해자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해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고인의 극단적 선택만은 막았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최 선수를 죽음으로 몬 것은 가해자이지만 더 중한 책임은 피눈물의 호소를 묵살한 경주시와 경주시체육회, 대한체육회, 국가인권위원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