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죽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2020-10-28     손경호기자

제2의 덮죽사태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펭수·뽀로로·소녀시대 등 유명 캐릭터, 연예인 명칭 상표선점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구미갑)이 특허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의 출원은 연평균 343건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등록된 건수는 연평균 89건으로,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의 출원 중 4분의 1 가량이 등록된 셈이다. 악의적 상표선점행위란 타인이 사용 중인 상호 또는 브랜드를 상표로 선점하여 타인에게 팔거나 합의금 등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출원 형태는 다양하다. 소녀시대 등 유명 연예인 명칭(2NE1, 빅뱅, 동방신기, 강호동, 국찐이 등)을 비롯, 방송프로그램(1박2일, 해피선데이, 마파도, 왕과비, 대장금, 남자의 자격 등), 널리 알려진 캐릭터 명칭(펭수, 뽀로로, 짱구 등), 국내외 유명상표 모방(아반테, Twitter, 구글, TOYOTA, 헤지스, 카카오톡 등), 유튜브 채널명칭, 식당 상호 등이 그것이다.

특허청이 관리하고 있는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는 올해 8월 기준 67명이나 된다고 한다. 2013년에는 한 명의 악의적 상표선점행위 의심자가 총 9,916건을 출원하기도 했다고 한다.

최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해 화제가 된 포항 덮죽집 사태로 이같은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포항 덮죽집’ 편이 방영된 뒤 가장 먼저 출원인 A씨가 ‘덮죽’ 관련 상표를 1건 출원한 이후, 지난 8월 ‘덮죽’ 개발자(출원인 B)가 3건, 지난달에 ‘덮죽’ 메뉴 표절 의혹을 받은 프랜차이즈 업체(출원인 C)가 1건을 각각 출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에 따르면, ㈜올카인드코퍼레이션은 경북 포항 ‘신촌’s 덮죽’ 메뉴를 표절한 상표권 출원을 26일 현재까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출원인 A씨는 ‘포항 덮죽집’ 편이 방영된지 8일 만에 가장 먼저 상표(1건)를 출원했다. 우리나라 상표법은 선출원주의를 취함에 따라 ‘덮죽’ 개발자보다 먼저 상표를 출원한 출원인 A씨에게 선출원 지위가 부여된다고 한다.

인기 캐릭터 ‘펭수’의 경우도 EBS가 펭수의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는 동안 제3자가 먼저 출원했다. 2019년 12월 일반인 D씨가 출원했고, E씨가 화장품, 기저귀 등 40여 가지 펭수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제3자의 펭수 상표 출원은 총 19건이며, 이 중 14건이 취하ㆍ무효, 2건은 의견제출통지(부정목적 출원)됐으며, 3건은 심사진행중이다.

특허청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법인명의가 아닌 가족 명의로 상표권을 출원하고 가맹점으로부터 거액의 사용료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자 지난 2018년 개인출원 상표권에 대한 ‘사용의사 확인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법인이 사용하는 상표의 개인출원을 막기 위해 ‘사용의사 확인제도’가 도입됐지만, 2019년 8월 기준 개인 소유 상표권이 여전히 426건이나 된다고 한다. 상표권 표절 및 도용 등 악의적 상표선점행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표절이 명백한 상표권 출원에 대해서는 특허청이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특허청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출원에 대해 45일 이내 심사하는 ‘우선심사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특허청은 ‘상표법’시행령 제12조제1호에 따라 ‘덮죽’ 개발자의 상표등록 출원이 우선심사의 신청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특허청이 신속한 구제와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서 표절 피해자의 고통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시켜 주기를 기대해 본다. 손경호 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