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秋·尹 사태… 文은 연일 침묵

‘직무배제’ 암묵적 동의 혹은 장관 역할 존중 차원 거리두기 해석 법무부·검찰청 내 규율 따른 정상적 절차… 靑 언급 조심스러워 巨與, 탄핵 추진 무리 없지만 비위 증명이 관건·실패시 역풍 우려

2020-11-25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 및 직무배제 조치를 전격 발표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침묵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한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이 파국으로 향하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정작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은 계속 지켜만 보고 있다.

추 장관 임명 직후 10개월간 이어진 추-윤 갈등의 고비마다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다르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징계청구와 직무배제는 탄핵이나 해임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의 침묵은 암묵적 동의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추 장관은 지난 24일 오후 5시20분쯤 법조출입기자단에 브리핑 개최를 알렸고, 오후 6시6분 ‘대국민 보고’ 형식으로 약 13분간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직접 감찰 결과 5개의 의혹을 ‘비위혐의’로 열거했다.

표면적으로는 추 장관의 ‘깜짝’ 발표에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결정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는 당위를 부여했고, 여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윤 총장의 거취를 결정하라는 압박을 시작했다. 추 장관 발표 직후인 오후 6시49분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 명의로 “문재인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으며,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추 장관 발표 ‘직전’에야 민정수석실 등 지휘계통을 통해 관련 보고를 받았다. 추 장관이 청와대에도 브리핑 직전 긴급하게 보고를 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언급 없음”이다. 이에 문 대통령의 의중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고 추 장관이 독단적으로 발표를 했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승인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더 나아가 ‘암묵적 승인’에 대한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승인’이라 하더라도 추 장관에 힘을 실어준 것인지, 장관의 역할에 대한 존중 차원의 거리두기인지 여부다. 다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추-윤 갈등에 대해 함구하는 이유는 검찰총장이 임기와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이며, 사법부의 영역으로 넘어간 사안이 많아 삼권분립에 따라 행정부인 청와대가 언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인 것으로 풀이된다.

추 장관의 조치가 어디까지나 법무부와 검찰청의 내부 규율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 속에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나서 징계심사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가능하다. 또 대통령의 언급 한마디는 지금처럼 칼날 위를 걷는 정국에서 사실관계와 진실을 규명하는 길을 닫아버릴 수도 있다. 오히려 야당과 윤 총장 본인의 반론를 충분히 허용하면서 정해진 절차대로 이번 사안이 질서있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도 순리로 볼 수있다.

국회가 윤 총장의 탄핵을 추진하는 방법의 경우 여당이 174석의 의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 자체에 무리가 없으나,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역풍의 가능성이 있다. 역대 탄핵심판은 대통령에 대해서만 두 차례 선례가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헌정사나 법조사에 아주 흑역사로 남을 개탄스러울 일”이라며 “사유 같지 않은 사유를 들어 검찰총장을 쫓아내려고 전(全) 정권이 총동원된 사태”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