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경신호 벙커C유는 언제 회수하나

2007-12-12     경북도민일보
 
 태안 앞바다는 `기름 폭탄’을 맞은 것같다. 그 넓은 바다에 아스팔트를 깐 듯하다. 아무리 기름을 걷어내도 끝이 없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분량은 가늠할 길도 없다. 또한 물결 따라 흘러다닐 오일 볼은 대책조차도 없다.
 몇 마디로 줄이기엔 끔찍하기만한 이 사태는 경북 동해안 어민들도 이미 겪어본 재앙이다. 태안 앞바다의 재난 제1보만 듣고도  아픔이 되살아날 정도였다. 포항 앞바다에 유조선 경신호가 침몰한 때가 1988년 이었다. 벌써 20년이나 되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 후유증은 아직도 불발탄처럼 주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벙커C유 600㎘가 아직도 바다 속 경신호 안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책은 마냥 늑장이다. 사고 뒤 17년이 지나서야 잔존유 무인 회수 시스템을 개발 했을 만큼 뭉그적거리기만 했다. 33억 원이나 들여 이 시스템을 개발해놓고는 또 뜸을 들이고 있다. 이번엔 시스템 운영 예산이 없다는 핑계다. 정말로 예산이 없다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차라리 열의가 없다고 속내를 드러내는 게 더 솔직하지 않겠는가.
 태안 앞바다의 재앙을 지켜보며 경북 동해안 어민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바다 밑 95m 경신호 안에 남아있는 벙커C유가 언제 쏟아져 나올지 모르는 터인 까닭이다. 또다른 환경 재앙을 부르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남은 기름을 서둘러 회수해야 하지 않겠는가. 해양수산부의 성의 있는 대책을 촉구한다.
 아울러 도내 지자체들의 방제 장비 또한 확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오일펜스, 흡착포를 비롯한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장갑 같은 기본 장비조차 없는 곳도 수두룩하다. 사고엔 예고가 없다. 그 피해는 계량하기도 쉽지 않다. 물샐 틈 없이 대비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