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분해’ 경주시민축구단...시의회, 한 마디도 없었다

2020년도 의사일정 마무리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예산 전액삭감 문제 언급 안해 대의기관 책임·역할 외면 빈축

2020-12-22     나영조기자
경주시의회가 22일 90일간의 2020년 전체 의사일정을 모두 마무리 했다.

경주시의회는 이날 시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현안 문제인 경주시민축구단 운영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다.

특히 이번 일로 경주시의회가 시민을 대변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주시의회는 집행부가 제출한 경주시민축구단의 내년도 운영 예산 7억1600만원이 소관 상임위원회 검토를 거쳐 어렵게 상정됐으나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전액 삭감했다. 지난 15일 제2차 본회의에서도 시민축구단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한 후속 대책이나 선수단 해체 이후 젊은 선수들의 앞날에 대한 의회차원의 대책을 언급한 시의원은 단 1명도 없었고 일사천리로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제 경주시민축구단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경주시의회의 일방적인 예산 전액 삭감으로 앞날이 창창한 젊은 선수들이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됐다.

이번 일로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에서도 긴급 성명을 내고 경주시의회의 의정횡포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경주의 일부 시민단체들도 경주시의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면서 물리적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예산 승인 권한을 무기로 시민축구단을 해체한 시의원들의 자질을 다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경주시는 시민축구단 해체로 그동안 쌓아 놓은 ‘축구도시’의 위상과 이미지도 하루아침에 잃게 됐다.

경주시가 자체 운영하는 시민축구단 하나 없는 도시가 어떻게 축구꿈나무들의 대회인 화랑대기를 계속 개최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주시축구협회 관계자는 “올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이러한 중대한 문제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회 본연의 책임과 역할을 망각한 것”이라면서 “친분 있는 자들이 부탁한 엉터리 예산은 무조건 넣고 자신과 관련된 사업예산은 억지로라도 밀어넣는 구태한 의정 활동이 아직도 경주시의회에 만연돼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경주시축구협회는 이번 시민축구단 운영예산이 전액 삭감된 배경에 대해 누가 어떻게 관여됐는지 여부를 공개할 것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