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시적 소비’

2007-12-16     경북도민일보
 어떤 역사학자가 학생들에게 슈퍼마켓에 가서 `인간 생활에 정말 꼭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하라는 숙제를 냈다. 조사 결과, 엄청나게 많은 상품들 중에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거의 없었다. 자본주의 제도에서 소비는 본질적으로 `과시적 소비’라는 명제와 맥을 같이 한다. 19세기 말 미국 졸부들의 `과시적 소비’를 신랄하게 비꼰 사회학자는 `유한계급론’의 저자 베블런이다. 졸부들의 소비는 생활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를 돋보이게 하려는 과시적 소비며 계층 간 구별짓기 속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우아한 무대복을 입고 피아노를 매우 잘 치는 연주자가 있다고 하자, 사람들은 그 연주자가 재능이 특출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연주자가 악기를 잘 다루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보다는 보유층에 걸맞은 취향과 품위를 지속적으로 학습받아 온 결과라고 사회학자들은 이야기한다. 말하자면 계층 간 구별짓기 형태다. 미국의 교육학자 루비 페인이 분석한 `말하기와 행동의 계층 간 차이’를 뉴욕타임즈가 최근 소개했다.
 가령, 방금 끝낸 저녁식사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사회적 계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은 `많이 먹었니?’, 중산층은 `맛있게 먹었니?’, 부유층은 차려진 음식이 어때?’라고 묻는다고 한다. 또 저소득층의 재산은 `사람’이지만, 중산층 재산은 `물건’들이다. 이에 비해 부유층 재산은 `골동품 같은 것들’이다.
 베블런이 부유층 취향을 매우 냉소적이고 적대적으로 다룬 반면, 페인은 부유층의 특성을 잘 배우면 계급 탈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접근 방식이 서로 판이하게 다르다. 서민의 인생 기회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한국과 미국적 상황에서, 페인의 주장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지 알 수가 없다.
 /金鎬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