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정문 ‘명문대 ○명 합격’ 현수막… 동기부여 vs 학벌주의 상충

인권위, “학생 소외감” 등 이유 현수막 게재 지양 권고 포항 등 곳곳 여전… 학생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감자’

2021-01-25     이예진기자

대학 입시가 마무리되면서 이른바 ‘명문대생’을 배출한 학교가 현수막을 설치하느라 분주하다.

학교 정문에 걸린 ‘서울대 ○명 합격’과 같은 현수막은 매년 1~2월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학벌주의’라는 비판과 ‘동기부여’라는 의견이 맞물리는 대립구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학 합격 현수막이 학벌주의를 부추기고 학생들에게 소외감을 준다’며 현수막 게재를 지적한 이후 관련 현수막은 점차적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지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25일 오전 포항지역 한 고등학교 앞에는 ‘서울대학교 ○명 합격’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합격생들의 이름까지 걸렸다.

다른 학교 앞에는 합격생 이름은 생략됐지만 특정 대학 전형에 합격한 재학생 숫자를 알리는 현수막이 게재돼 있었다.

학생들의 합격을 축하하는 현수막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관련 이슈는 뜨겁다.

북구 A고등학교 재학생 이모(18·여)양은 “합격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히 축하할 일이지만 학교가 나서서 특정 학생을 높이는 것은 다른 학생들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 듯 보인다”며 “명문대에 합격하면 현수막을 걸지 않더라도 소문이 다 난다. 굳이 저렇게 나설 필요가 있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18)군은 “학교 나름의 학생을 축하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동기부여도 되고 같은 학교 친구가 현수막에 걸리면 괜히 덩달아 기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합격생 이름이 모두 게재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인식이 높아 최근엔 이름이 게재되더라도 가운데 글자를 생략하는 등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추세다.

경북교육청에 따르면 명문대 합격 현수막을 게재하는 것에 대한 조례는 없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에 따라 현수막 게재를 지양하도록 각 학교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벌로 학생을 차별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갈등이 없도록 시정조치 하고 있다”며 “최근엔 현수막이 크게 감소해 관련 민원도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