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설’…“고향에 갈까말까”

코로나가 바꿔놓은 명절 신풍속 직계가족도 5인 집합 금지 고강도 거리두기 규제 적용 지난해 설·추석 이어 2년째 귀향 포기 이들 서운함 토로 부모 마음도 속 타…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그리움 해소

2021-02-08     이예진기자
뉴스1
이번 설 연휴도 지난 추석처럼 ‘언택트 명절’ 신풍속이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 우려로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전화 등 비대면 방식으로 그리움을 해소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연휴에는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고강도 거리두기 규제가 적용돼 이전보다 지역간 이동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규제 상으론 직계가족이더라도 사는 곳이 다르면 세배를 하러 오거나 성묘를 가선 안된다.

하지만 가족을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해 설과 추석 때도 코로나19를 이유로 귀향을 포기했던 이들은 “이러다가 2년째 부모님 얼굴 한번 못보는 것 아니냐”라며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규제에 걸리지 않는 5인 이하 가족으로 구성해 고향을 찾겠다는 이들도 많다.

지난해 여름 첫 직장에 취직한 김모(29·영덕군 병곡면)씨는 코로나19로 그동안 고향의 부모님을 한번도 찾아뵙지 못했다.

그는 “이번 설에는 부모님을 뵈러 고향을 찾으면 좋을텐데 ‘혹시나’ 코로나에 걸려 회사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고향방문을 망설이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귀성에 대한 고민은 비단 청년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에 사는 50대 김모씨도 고민에 빠졌다.

김씨는 “애들 2명에 아내까지 우리 식구가 4명인데 시골 부모님을 합하면 여섯명으로 정부 규제에 위반된다”며 “애들은 두고 아내와 둘이서 다녀올까를 고민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거리두기’ 연장 방안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방침이라는 것은 알지만 설 연휴 직계가족들에도 해당된다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고향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는 부모 마음도 속이 탄다.

울진에 살고 있는 권모(여·69·평해읍)씨는 얼마 전 아들로부터 받은 ‘엄마가 보고싶다’는 문자를 받고나서 마음이 뒤숭숭하다. 권씨는 “애들이 온다고 하면 음식도 준비해야 되는데 시장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이런 우려 속에서도 고향을 반드시 찾겠다는 이들도 있다.

포항에 사는 정모(59)씨는 “코로나가 아무리 말린다해도 가족끼리 어떻게 거리를 두냐”며 “시집·장가 간 자식들이 넷인데 손주들까지 모두 모이면 열명이 넘는다”며 “(그렇지만) 시간대를 두고 개별적으로 홀로사는 어머님을 뵈러가겠다”고 했다.

한편 설 연휴 동안 서울에서 출발하는 KTX 경부선은 모두 매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