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방대, 수능 미응시자도 뽑는다

추가모집 2만6129명 2005년 이후 최대 규모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 미달 대입전형 개편하는 대학도 전문대 상황은 더 심각해 자율모집 등 해결책 제시

2021-02-23     이예진기자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대의 위기가 현실로 드러났다.

위기에 놓인 대학은 지난 21일부터 추가모집을 진행했는데, 지난 2005년 이후 최대 규모로 4년제 대학 162개교가 총 2만6129명을 뽑는다. 이는 전년도 9830명(162개교)과 비교해도 약 2.7배(1만 6299명) 증가한 수치다.

일부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대대적인 대입 전형 개편까지 고려하는 모습이다.

23일 입시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진 대학 순으로 올해 대입 추가모집은 선착순 모집과 유사할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먼저 지원하는 순으로 합격이 결정된다는 뜻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한 대학에서 추가모집 규모가 300~400명 이상이라면 선착순 모집 분위기가 될 것이다”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역일수록 대학의 위기가 더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 수능최저학력기준 완화 등 전형 개편을 검토 중인 지방 국립대도 있다. 지방 소재 한 국립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해 2023학년도 대입 전형을 설계하고 있다”며 “이원화캠퍼스를 특성화하거나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대폭 낮추는 형태 등이 고려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대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수능 점수 없이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모집’을 실시하는 등 결원을 보충하기 위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다.

수능에 응시하지 않았더라도 선착순으로 우선선발 될 수 있다.

입시 마감일인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입학전형 질서유지를 위해 타 대학 미등록자에 한해 합격·등록처리된다.

포항의 한 사립전문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에게 매번 어려운 과제다”며 “매년 감소하는 신입생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야간대학까지 열었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이마저도 진행되지 않아 대학에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신입생 미달 사태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지방대들이 신입생 모집에 사활을 걸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졸업생 취업률 제고보다 신입생 모집 미달을 막는 것이 더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영남권 사립대에서 근무하는 한 교수는 “그동안 대학에서 학생을 어떻게 가르치고 취직시킬 것인가에 대학 경영의 목표가 집중됐다면 이제는 신입생 모집으로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