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뒤 ‘힘이 된 교사’로 기억되고파”

제자들과 편지로 소통하는 포은중학교 김 승 호 교사 미숙했던 젊은 날, 우연히 들은 라디오 사연에 ‘번쩍’ 1년에 100통 정도 쓰며 다양성 이해·존중하려 노력 “소통·감동이 진정한 교육… 변화된 모습 보면 기뻐”

2021-05-13     이예진기자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 수록 높아만지네~”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올해는 코로나19와 같은 문제가 있어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보다 더 고생했을 선생님들이다.

주말이라 학교에서 노래를 불러드릴 수는 없지만, 직접 찾아가거나 연락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는 있다.

평소에 못 다한 말들을 편지에 담아보는 방법도 있는데, 김승호 포항 포은중학교 진로상담 교사는 33년 교직생활 동안 아이들에게 좋은 글을 써주는 참스승이다.



△편지를 쓰게된 이유

김 교사는 젊은 교사 시절을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한다.

미숙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제대로 공감하지 못하고, 강하게 나선 적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도 반에서 문제를 일으킨 친구를 심하게 혼내고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한 어르신이 60년 전 담임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를 아직까지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김 교사는 “당시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방금도 한 학생을 심하게 혼내고 왔는데, 이 학생이 60년 뒤 나를 기억했을 때 어떤 선생님으로 남게될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이후 김 교사는 아이들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려 노력했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세워주며 좋은 말을 편지에 썼다.

김 교사는 그렇게 1년에 100통 가까이 편지를 썼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스스로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김 교사는 “이제야 철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감동이 없으면 교육의 효과가 떨어진다

김 교사는 아이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동도 함께 주고받았다.

가르치기만 하는 교사는 진정한 교사가 아니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교사가 돼야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

김 교사는 “나도 서울대, 법대가 최고인 줄 알았다. 서로 다른 아이들을 한 방향으로만 이끌었던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날 수록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감동이 돼야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힘이 될 수 있는 선생님

가끔 김 교사의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답장을 주기 위해 문을 두드린다.

최근에도 한 여학생이 조심스레 문을 두드려 작은 편지를 가져왔다.

김 교사는 “아이들이 좀 더 자신있어지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60년 뒤에 ‘힘이 된 교사’, ‘동력이 된 교사’로 기억되고 싶다. 부족하지만 남은 교사 생활도 이렇게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