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숙녀가 되다

2006-07-09     경북도민일보
엄청난 재산 물려받은 시각장애인 역할
차갑고 어두운 캐릭터 … 연기변신 기대

 
 
 
강원도 원주 치악산의 한 자락.
 문근영(20), 김주혁(35) 주연의 영화 `사랑 따윈 필요없어’(감독 이철하, 제작 싸이더스FNHㆍ판커뮤니케이션ㆍ우리영화)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산길 위에 위치한 폐천로변에서 문근영은 김주혁을 앞에 두고 비교적 격한, 울부짖는 연기를 펼쳤다. 데뷔 후 처음으로 펼치는 연기인 까닭에 그는 평소보다 한층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특유의 사랑스러운 아우라는 여전히 빛을 발했다.
 문근영이 성인으로서 처음으로 찍는 영화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는 `사랑 따윈 필요없어’는 동명의 일본 인기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멜로영화. 각기 다른 이유 때문이지만 사랑을 믿지 않는 두 남녀의 이야기다.
 문근영의 역할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부호의 상속녀 류민. 엄청난 재산을 물려받았지만 어려서 엄마에게 버림받고 아버지 역시 사망하면서 고아가 됐다. 또 죽은 줄 알았던 오빠가 15년 만에 찾아오지만 시력을 잃어 알아볼 길도 없다.
 8월 초까지 촬영을 마친 후 10월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제까지 보여준 캐릭터와 많이 다르다. 특히 시각장애인 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처음에는 이렇게 차갑고 어두운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겉으로 보여지는 게 발랄하고 밝아서 그렇지, 속으로는 그만큼 아픔도 있고 고민도 있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 캐릭터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고 조금 더 편하게 마음먹고 연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중 캐릭터만큼 내가 예민하거나 날카롭지도 않고 또 실제로 큰 아픔을 갖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다. 캐릭터가 복합적인 감정을 갖고 있어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할까 고민했다.
 ―연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시각장애인 학교에 가서 봉사활동도 하고 수업하는 모습도 봤다. 그 친구들은 소리나 냄새에 무척 민감하다. 특히 어린 친구일수록 냄새에 민감했다. 또 익숙한 공간에서는 지팡이 없이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에 놀랐다. 머리 속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 모양이었다. 계단도 막 뛰어다니더라.
 ―어른이 된 후 첫 작품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른이 됐다는 생각은 별로 안 한다. 그런 생각보다는 그저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게 되는 작품인 것 같아 그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있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칭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제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때가 되면 바꿔주시지 않겠나(웃음). 지금은 그렇게 불러주고 생각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