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 여객선, 뒤죽박죽 행정이 화 키웠다

2021-10-19     경북도민일보
울룽항로에 기존 부두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지나치게 큰 배를 운항하게 되면서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이 지난 1월 모집공고를 낸 이후 주민들의 요구한 2000t급 이상 여객선보다 훨씬 큰 1만1515t급 뉴시다오펄스호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이 배는 전북 군산과 중국 스다오 노선을 오가는 국제 여객선 규모다.

해수청의 이같은 선정으로 우선 포항시 북구 항구동에 위치한 포항여객선터미널을 이용할 수 없게 됐다. 이곳은 주로 2000t급 이하 여객선이 이용하는 것으로 이에 맞춘 접안공간과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이다.

해수청은 긴급으로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선명을 ‘신독도진주호’로 바꾼 이 배를 포항시 북구 용한리에 위치한 ‘국제여객선부두’에 임시로 접안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문제는 이 국제여객선부두에도 편의시설이 하나도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연히 시민과 관광객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이 울릉크루즈 승선장에는 ‘울릉크루즈 여객선 탑승구(매표소, 검표소)’ 컨테이너 박스 1동만 덩그란히 설치돼 있다. 특히 이곳은 네비게이션에도 표시돼 있지 않아 주변 지리가 익숙지 않은 관광객들은 여객선 탑승장소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승선장임을 알리는 교통표지판도 없고 대합실, 화장실 등과 같은 기본적인 편의시설도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아 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울릉도의 접안시설 사정도 마찬가지다. 덩치가 너무 큰 탓에 풍랑주의보가 내리면 접안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을 간과 했다. 큰 배가 부두와 부딪칠 경우 시설파괴는 물론 선박의 손상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자 이같은 시설을 해수청이 해야 하느냐 선사가 해야 하느냐를 놓고도 분쟁이 예상된다. 덩치가 너무 큰 배를 선정한 포항해수청은 한마디로 ‘제 눈을 찌른 형국’을 자초했다.

업계종사자들의 말을 빌리면 울릉도 항로에는 최대 4500t 급, 승산인원 600~700명 정도의 여객선이 적당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금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듯이 크다고 꼭 좋은 것만은 않다. 이같은 규모의 여객선은 겨울철이나 관광 비수기시 적자운행이 불가피해 십중팔구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요청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모든일은 전후좌우를 살펴보지 못한 해수청의 뒤죽박죽 행정이 자초한 일이다. 애초에 적절한 규모의 여객선으로 선정했으면 이 모든 문제는 발생하지도 않을 것들이다. 이제 봇물처럼 터져 나올 주민들의 부대시설 설치 요구와 나아가 적자보전 요구 등을 어떻게 감당해 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