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2021-12-26     손경호기자


제40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최재원 저│민음사 출판)가 ‘민음의 시’로 출간됐다.

80편의 작품이 실린 시집은 한 편 한 편마다 시인에 의해 독창적으로 설계된 언어와 형식 위에서 이 세계의 표면과 깊이를 동시에, 그리고 풍부하게 담아낸다.

특히 시집에 실린 80편의 작품은 시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형식을 구현하려는 듯 하이쿠처럼 아주 짧고 강렬한 시, 익숙하게 보아 온 운율의 시부터 특유의 리드미컬한 흐름을 끌고 가는 장시, 압도적인 분량 안에서 쉼 없이 변주되는 운율의 산문시를 아우른다.

2019년 데뷔한 저자 최재원의 시가 지닌 가장 큰 매력은 거침없이 펼쳐지거나 접혀지는 형식이다. 3행으로 끝나는 짧은 시부터 원고지 50매 분량에 달하는 산문시까지, 그동안 쌓아올려진 시적인 것들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던지면서도 시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에너지는 소용돌이와도 같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언어들로 이룬 독창적인 시어의 세계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이론과 추상을 담아내는 형이상학적인 언어들뿐만 아니라 욕설, 사투리, 온라인 대화 메시지 등 그가 건져 올린 언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형식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운 표현 방식은 다양한 도시를 경유하며 살아온 시인의

생의 이력과도 닮아 있다. 경상도와 강원도, 뉴욕과 서울 등 많은 도시에서 거주하며 여러 언어 속에서 시차를 경험한 시인은 물리학과 시각 예술을 공부하며 언어라는 모험을 감행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