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녹취록, 전화위복 됐다

MBC 보도 후 尹 지지율 상승세 결정적 한방 없는 녹취록 내용에 역작용 초래 ‘찻잔 속 태풍’ 그쳐 尹 동정 여론, 李 반발 여론 확산 중도 표심 5% 이상 돌아서기도

2022-01-24     손경호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김건희 녹취록’ 파동에도 상승세를 타는 등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평가다.

MBC와 열린공감TV의 녹취록 연속 방송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악재로 예상됐던 배우자 녹취록이 거꾸로 전화위복의 계기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16~21일 전국 성인남녀 3046명을 상대로 대선 후보 지지도를 설문한 결과, 윤석열 후보는 42.0%를 기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36.8%)를 오차범위 밖에서 격차를 벌렸다. 전주 대비 윤 후보는 1.4%포인트(p) 오른 반면, 이 후보는 0.1%p 상승에 그치면서다.

주목할 지점은 ‘김건희 녹취록’ 효과다. 일간 집계를 보면 윤석열 후보는 지난 17일 44.3%를 기록해 최고치를 찍었다. 반대로 이 후보는 34.2%로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최근 2주 지지율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날(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을 보도한 직후였다.

중도층 표심도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윤 후보는 중도층에서 41.0% 지지율을 얻어 이 후보(35.5%)와 5.5%p 격차를 벌렸다. 전주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이재명 38.5%, 윤석열 34.1%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김씨의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중도층 표심이 이 후보에게서 윤 후보로 돌아선 셈이다. (이상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김건희 녹취록’이 유의미한 충격을 주지 못하면서 ‘역작용’을 초래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녹취록에서 드러난 김씨의 일부 발언은 명백하게 논란의 소지를 담고 있지만 민심을 돌릴 수준의 ‘핵폭탄 발언’은 없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결과적으로 충격은 없고, 여권의 네거티브만 부각되면서 윤 후보에 대해서는 동정 여론이, 이 후보에게는 반발 여론이 생겨났다는 분석이다.

급기야 ‘김건희 팬덤’ 현상까지 생겨났다. 네이버 카페에 개설된 ‘김건희 여사 팬카페’(건사랑) 회원 수는 지난 15일 기준 200명 남짓이었지만, MBC 보도(16일) 직후 신규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단 하루 만에 회원 수 1만명 돌파했다. 24일 현재 기준 팬카페 회원 수는 5만9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사이 회원 수가 300배 가까이 폭증한 셈이다.

야권은 전날(23일) 유튜브채널 ‘열린공감TV’의 2차 녹취록 보도도 윤 후보의 발목을 잡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열린공감TV는 2시간20분에 걸쳐 김씨의 ‘무속 논란’이 담긴 녹취록 10여건을 공개했지만, 이번 방송에서도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국민의힘은 MBC와 달리 열린공감TV 보도는 ‘무대응’ 원칙을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방송에서 드러난 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유튜브 매체가 김씨의 녹취록을 침소봉대해서 보도한 것에 대한 것까지 특별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며 “불법 혐의가 있는 부분은 법적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열린공감TV의 녹취록 후속 보도가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를 가속하거나, 적어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오히려 대선이 ‘녹취 전쟁’ 양상으로 굳어지면 이 후보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