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법 ‘보완 입법’ 더 미루지 말아야

2022-05-17     경북도민일보
시행 100일을 넘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놓고 경영계는 ‘지키기 어려운 법으로 경영만 힘들게 한다’는 비명을 질러대고, 노동계는 ‘경영계의 각성이 없다’는 불만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끈질기게 관련법의 개선을 요구해 온 기업들이나 효율성 있는 법 적용을 희망해온 노동계를 위해서도 이제는 정밀한 보완 입법으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킬 수 없는 법, 효과도 수상한 법을 밀어붙이는 법치가 국민 삶에 무슨 보탬이 되겠나.

대한상공회의소가 약 한 달간 실시한 중대재해법 전국 순회설명회 참석 5인 이상 기업 930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조사 결과 기업 10곳 중 7곳가량은 중대재해법 대응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조치와 관련해서는 응답 기업의 63.8%가 아직 ‘조치사항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고, ‘조치했다’는 기업은 고작 20.6%에 그쳤다.

중대재해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사고통계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고사망자는 모두 157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8명이 감소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명 줄었지만, 제조업은 오히려 7명이 늘었다. 여전히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아까운 생명을 잃는 노동자들이 매월 50여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대구·경북 역시 다른 3개 권역과 더불어 50인 이상 제조업 현장의 사망 사고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 1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중대재해법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직업성 질병자 중증도 기준 구체적 명시’, ‘중대 산업재해 사망자 범위에 급성 중독 질병자 한정’,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 구체화’ 등이 그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 같은 경영계의 요구를 수용해 중대재해법 시행령 정비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연초 입법과정에서부터 졸속입법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경영계는 처벌 대상의 모호성과 과도한 징벌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노동계는 현장 개선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입법이라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적응하기 힘들다 보니 기업들은 예방보다 처벌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게 사실이다. ‘재해를 막아 귀한 생명의 덧없는 희생을 차단한다’는 본질 안에서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이 문제를 놓고 노사가 맞서서 사뭇 갈등만 덧내는 것은 어리석은 소탐대실(小貪大失)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