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무서워 에어컨도 못 튼다”

서민들에 잔인한 여름 예고 포항·대구·의성·구미 지역 폭염경보·열대야 겹쳤지만 고물가 속 전기·가스요금↑ 선풍기 트는 것 조차도 고민

2022-06-23     조석현기자
올 여름 서민들은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도 부채 의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이 인상돼 에어컨이나 선풍기도 이제 맘 놓고 틀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구경북은 이른바 ‘대프리카’로 불리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지난 21일 예천의 낮 최고 기온이 37도를 넘겨 전국 최고 기록을 세웠다. 포항·대구·의성·구미 등 일부 지역은 벌써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포항은 최근들어 계속 밤마다 잠못이루는 열대야까지 덮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앞두고 있어 서민들에겐 “전기세 무서워 에어컨, 선풍기 틀수 있겠나”라는 하소연이 터져나오고 있다.

전기료 뿐만 아니다. 휘발유·경유 가격도 리터당 2100원대를 훌쩍 넘겼다. 차도 맘 놓고 탈 수 없게 됐다. 거침없이 치솟고 있는 공공물가와 전기·가스요금 등의 인상은 서민들의 삶까지 팍팍하게 하고 있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당초 20일로 예정됐던 전기요금 인상 발표는 “한전의 자구노력 등을 좀 더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이를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며 일단 결정을 보류했다. 하지만 ‘최소화’란 전제 조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인상’은 기정사실로 된 모양새다.

한국전력은 지난주 정부에 3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올리는 내용의 연료비 조정요금(단가) 사전 고지안을 제출한 바 있다. 지난 2분기 인상폭(11%)에 이어 한전의 인상 요구가 그대로 받아들여진다면 전기요금 연내 상승률은 16~17%에 달할 전망이다.

또 지난 4월과 5월 연이어 인상된 가스요금(11%)은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7월과 10월 추가 인상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정부는 “철도·우편·상하수도 등 중앙·지방 공공요금은 하반기에 동결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전기·가스요금이 소비자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서 큰 도움이 안된다는 게 시민들의 입장이다.

포항시민 A모(48·북구 두호동)씨는 “폭염과 열대야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중·고생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에어컨을 가동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며 “물가 폭등으로 여름휴가도 쉽지 않은 데다 전기세 걱정에 ‘방콕’마저 앞으로 힘들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470㎾h(주택용 저압기준) 이상을 사용한 가정이라면 누진세가 적용되면서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 나오게 된다.

‘냉방완비’로 손님들을 맞아야 하는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잔인한 계절’이 될 것 같다.

포항시 남구 이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B모(51)씨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고 문을 열어 놓고 있으면 손님들이 그냥 나간다”며 “이제 좀 장사를 해볼 만한 상황이라 냉방비 생각 안 하고 싶다. 하지만 막상 전기요금 고지서 보면 미칠지경”이라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서민들에게 또다른 복병은 휘발유, 경유값 인상이다.

정부는 유가 고공행진 속에 서민부담 완화를 위해 오는 7월1일부터 연말까지 유류세 인하 폭을 법정 최대 한도인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당 57원, 경유는 리터당 38원이 추가로 절감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서민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