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위한 투자

2022-06-30     경북도민일보

걱정은 안심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운다는 뜻으로 앞으로 닥칠지도 모르는 불행을 두려워하는 데서 비롯된다. 요즘 사람들은 걱정이 많다. 과학의 발달로 사람의 평균수명은 늘어났고 생활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지만, 그와 비례하여 걱정도 많아졌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걱정거리를 분석해보면 실제로 벌어진 일 때문이 아니라 대부분 자신의 추측이나 공상으로 만들어 낸 걱정이다.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거나, 상상하는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걱정들이란 것이다.

근심은 짐승의 뼈도 마르게 한다는 말처럼 걱정은 삶의 전반에 많은 해악을 끼친다. 심신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인생의 즐거움을 갉아먹으며, 삶의 범위를 축소하고 제한한다. 또한 면역체계가 약해져 각종 질병 발생 위험성이 높아지고 치매에 걸릴 확률도 현저히 증가한다. 물론 적정한 걱정은 우리 삶을 성숙시키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과도한 걱정은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걱정이 삶에 미치는 해악은 이뿐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집값이 내려가면 어쩌나!’ ‘경기가 나빠져 소득이 줄어들면 어떻게 하지’ 등의 걱정을 하며 건강을 해치면서 돈을 벌지만, 나중에는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번 돈을 다 써버린다. 끊임없이 미래를 염려하다가 현재를 잃어버려서 결국 현재에도 미래에도 살지 못하고, 마침내는 하루도 제대로 못 살아보고 무의미하게 생을 마감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은 사람은 자신의 내면을 향상하기 위한 시간이나 물질적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아파트 대출을 다 갚을 때까지’ ‘내가 얼마를 모을 때까지’ ‘내가 성공할 때까지’ 그런 다음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볼 것이라 말한다. 그런데 이는 매우 우둔한 생각이다. 지겨운 일, 책임을 필요로 하는 일들과 함께 모든 걱정거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뭔가를 시작하려 하지만 인생에서 그런 때는 결코 오지 않는다. 이 세상에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곳은 오직 한곳이다. 그곳은 사자들이 머무는 공동묘지이다.

그러므로 바쁘고 힘든 현실일지라도 매일 일정하게 정해 놓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독서, 명상, 요가, 운동, 음악 등 자신이 하고픈 일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 금전적인 계획도 마찬가지다. 각종 청구서나 비용을 지출할 때 자신을 위한 투자에도 적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돈을 다 갚을 때까지 또는 원하는 것을 소유할 때까지 자신을 위한 투자를 미루게 되면 먼 훗날 살아온 날들을 뒤돌아볼 때 아무것도 남지 않은, 움켜쥐면 바스러질 듯한 마른 낙엽 같은 자신만 남아 있게 된다.

서문행의 한 시에 “사람은 백 년을 채워 살지도 못하면서 늘 천 년 어치의 근심을 품고 사네”라는 구절이 있다. 걱정 근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늘을 잃어버리고 산다. 그러므로 행복한 삶이 되려면 걱정을 우리 삶의 밖에 놓아두어야 한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고,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하면 잘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의 한 조각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다시 반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다음은 없다. 걱정에 매여 평생 일만 하다 죽는 건 불행한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내면을 위해 적정한 물질과 시간을 투자하라.
이철우 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