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불씨 살린 포항제철소… 민·관·군 총력 지원 빛났다

소방청 등 전국 50여개 민관군 고객사·협력사 피해 복구 나서 장비·물품 등 지원으로 힘 보태 태풍 힌남노 피해 큰 고비 넘겨

2022-09-14     이진수기자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큰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민·관·군 총력 복구 지원으로 큰 고비를 넘겼다.

포항제철소는 이번 태풍으로 공장 곳곳의 침수와 정전으로 지난 1973년 고로(용광로)에서 쇳물을 생산 이후 처음으로 3개 고로(2, 3, 4고로)가 모두 휴풍에 들어가는 등 전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었다.

지난 7일부터 긴급하게 시작된 피해 복구 작업에 포항제철소 임직원은 물론 광양제철소, 그룹사, 협력사 임직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경상북도, 소방청, 해병대, 고객사 등 전국 50여 개 민·관·군의 지원이 이어졌다.

포항제철소는 이러한 합동 지원에 힘입어 자칫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한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넘겼으며, 12일부터 3개 고로 모두 정상 가동에 돌입한 가운데 철강반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앞서 소방청은 7일 울산화학센터에 보유하고 있는 대용량포 방사시스템 2대를 포항제철소에 배치했다.

국내에 단 2대뿐인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은 분당 최대 7만 5000리터의 물을 배출할 수 있는 첨단장비로, 제철소 주요 침수 지역의 배수작업에 속도를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경상북도 소방본부와 포항남부소방서는 8일부터 소방인력은 물론 소방차량 41대와 소방펌프 224대 등을 투입했으며, 배수 작업 전반을 총괄하면서 장비 및 소방대원의 효율적인 배치와 함께 철야 작업으로 피해 복구를 도왔다.

해병대는 9일 소방펌프와 양수기, 분뇨수거차량을 지원하고, 11일에는 직원들의 근무복을 세탁해 주는 등 다방면에서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해결사로 나섰다.

앞서 제철소 침수가 시작된 6일에는 장갑차를 투입해 공장 내부 진입을 도우기도 했다.

고객사에서도 지원이 이어졌다. 포스코 후판제품의 최대 고객사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소방펌프, 고압세척기, 발전기 등을 지원해 긴급 복구 작업에 힘을 보탰다.

SK그룹의 사회공헌 네트워크인 행복얼라이언스는 3일 간 밥차를 연결해 지원했으며, 전국재해구호협회는 세탁구호차량을 통해 직원들의 작업복 세탁을 지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토페도카 5기를 포항으로 급파했다. 침수로 사용이 어려웠던 포항제철소 토페도카를 대신해 현대제철의 토페도카가 포스코의 쇳물을 성공적으로 옮기는 등 위기 상황에서 철강업계 간 협심이 빛을 발했다.

토페도카는 쇳물을 담아 운반하는 용기를 실은 차로, 고로에서 생산한 쇳물을 토페도카에 담아 제강공정으로 이동시킨다.

이 밖에 포항시, 국방부, 영덕군, 의성군, 한국도로공사, 철강관리공단, 포항상공회의소, 광양상공회의소, 육군 50사단, LS일렉트릭(옛 LS산전) 등에서도 각종 장비와 물품, 식음료 등을 보내와 안전하고 신속한 복구를 응원했다.

복구 작업을 지휘한 경북소방본부 이영팔 본부장은 “포항제철소가 타격을 입으면 지역 및 국가경제가 다 같이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고 말했다.

중앙119구조본부 울산119화학구조센터 박홍출 센터장은 “극도로 피곤한 일정이었지만 국가 기간산업 수호에 대한 사명감으로 대원들이 헌신적으로 임했다”면서 “포항제철소의 완전한 불빛을 다시 볼 수 있을 때까지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들의 지원과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24시간 복구 작업을 지속해 조업 정상화에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압연지역은 약 90% 배수가 완료돼 일부 공장은 전기 공급이 시작됐으며, 제철소 내 식당을 14일부터 다시 열고 복구 인력들에게 도시락 대신 정식 식사를 제공한다

또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배수작업과 지하시설물 점검이 완료되면 피해 규모 추산 및 압연라인 가동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포항제철소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포항제철소의 조기 정상화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