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 포항 무허가 건축물의 진실

도시개발지구 한복판 무허가 건축물 건물주 “20년 전 인근 아파트 신축 때 28평 중 16평 당국에 내어주고 건축 당국, 허가 내주고 이제 와서 철거명령 주변시세 안되는 헐값에 나갈 수 없어” 조합측 “수차례 보상안 제시했지만 성사 안돼… 더 이상 미루기 힘들어” 지자체 “보상금 관련 소송 진행 중 소송 중엔 철거허가 일시 보류 방침”

2022-10-26     신동선기자

포항의 한 도시개발지구에서 당국의 말을 믿고 지은 건물이 무허가 건축물이 되면서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건물에서 내쫓긴 건물주와 가족의 사연이 전해졌다.

포항 A도시개발지구의 대로 한 복판에 놓인 K씨 건물. 1995년 선친으로부터 상속 받고 소유권을 넘겨받은 K씨는 이 건물에서 지난 27년 동안 그의 가족과 함께 살아왔다. 하지만 이 지역이 도시개발이 진행됨에 따라 해당 건물은 최근 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철거명령이 내려졌다.

이 건물은 지하1층과 지상 3층 구조로 돼 있으며, 지난 8월30일까지 건물해체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K씨 측은 강제 이주에 따른 건물과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받지 못해 법원에 보상금 청구를 신청했다. 이에 지자체는 법원에서 보상금 관련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K씨 건물 철거를 일시 보류한 상태다.



건물주 K씨, 조합 측의 보상협상안 ‘헐값 보상금 이유’ 거부

앞서 조합은 K씨를 상대로 법원 판결에 따라 1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퇴거와 강제철거 절차를 차례로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이에 불복해 K씨 측은 조합을 상대로 강제철거집행 정지를 요구하는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청구요건을 갖추지 않은 절차적인 문제로 각하됐다. 이후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강제 철거를 호소하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이번에는 집행명령이 나온 뒤 이의제기를 등을 할 수 있는 시효에 막혀 강제철거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K씨와 그의 가족은 결국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했다.

K씨는 건물 1층에 치킨 체인점을 열고 이를 통해 생계를 이어왔다. 다른 곳으로 이주한 뒤 오픈한 치킨 장사는 고정 고객층이 사라져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됐고, 이로 인한 영업 손실과 누적적자는 가계부채로 이어졌다. 지금은 가족들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보상안에 영업 손실에 따른 보상안이 빠지면서 “보상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땅과 집과 가게를 내놓으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토로했다.

“무허가 건물이라서 정상적인 보상이 어렵다”

이주한 뒤 생활고로 시달려온 K씨와 그의 가족은 한 푼도 보상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철거란 있을 수 없다며 조합을 상대로 토지와 건물 보상금을 법원에 청구했다.

조합 측은 1억5000만원을 공탁하고 이를 웃도는 2억원대 보상안을 제시했지만, K씨는 조합 측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K씨 측은 평당 1000만원에 이르는 주변시세를 감안할 때, 연면적 50여 평에 달하는 그의 건물만 5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K씨 소유의 땅과 영업 손실,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보상은 보상논의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이유로 조합을 상대로 한 보상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이다.

K씨 건물에 대한 보상안이 주변 시세보다 낮고, 당국의 강제철거 허가가 나온 이유에는 ‘무허가’라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조합은 건물주 K씨 측과 보상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무허가 건물이라서 주변 부동산 시세에 맞게 보상안을 확정짓기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허가 건물이 수십년 간 유지돼 온 배경

K씨 건물은 처음부터 무허가가 아닌, 나름 허가 당국과 합의절차를 밟고 지은 건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K씨 건물이 무허가가 된 데에는 당국의 행정에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당초 K씨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건물은 28평이었다. 1997년께 인근 아파트 공사가 진행되면서 공사장 진입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 이곳 주민들의 토지수용이 불가피했다. 토지 수용률은 95%에 달했지만, 당시 K씨는 노모와 아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살아야 할 집을 장만하기에는 보상안이 적어 땅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K씨 건물은 공사장 진입로를 관통하는 요충지였고, 도로개설이 지연되자 당국에 민원이 공사지연에 따른 분양조합원들의 민원이 폭주했다. 이에 당국은 K씨의 땅 일부를 내어주면 남은 땅에 새 건물을 짓도록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기에 이르렀다. K씨는 이 조건을 믿고 28평 중 16평을 당국에 넘겼다. K씨는 나머지 12평 부지에 건물을 지으려고 했지만, 건평은 8평 밖에 나오지 않아 다섯 식구가 살아갈 집으로는 맞지 않았다. 건축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당국에 알렸고, ‘민원만 없으면 최대한 지어도 된다’는 말을 듣고, 지하 1층에 지상 3층 높이 건물을 건축했다. 하지만 건축해도 된다던 당국은 이후 태도를 바꿔 ‘알만 한 건축 전문가가 법을 지켜가면서 건축을 해야지, 4층 높이로 건물을 지으라고 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건물주와 건축업자에게 떠넘겨 버렸다.

이 같은 내용은 건물주와 건축업자, 당국 관계자 간 나눈 녹취록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후 당국은 해당 건물을 무허라고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 또한 건물주와 건축업자는 사법기관에 고발돼 재판을 받고 형사처벌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K씨는 “건물과 토지 등을 모두 빼앗기고, 상가 건물은 철거 집행을 앞두고 있어 침통한 마음”이라며 “할 줄 아는 건 성실하게 사는 것밖에 없다. 이 문제로 가족들이 고통을 겪게 있는 게 마음이 쓰리고 아플 뿐”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 ‘수차례 보상안 제시 성사 안 돼’… 지자체 ‘보상금 관련 소송 시 철거허가 일시 보류’

이와 관련, 조합 관계자는 “수차례 보상안 합의를 했지만, 지주 측에서 조합의 보상안을 거부한 상태”라며 “조합은 법원에서 정한 금액을 변제공탁을 했고, 지주 측의 사정을 감안해 더 나은 조건으로 합의금을 제시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철거는 조합의 독단으로 진행할 수 없고, 법원의 판결과 건물 해체에 대한 지자체의 허가가 있어야 가능하다”며 “건물주의 딱한 사정은 이해를 하지만, 조합은 이 사업을 신속하게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고, 차일피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며, 철거와 모든 집행 절차는 당국의 판단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 중에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건물 해체 허가권이 있는 포항시 북구청은 법원에서 건물철거 명령 등이 모두 마무리 된 상황인 줄 알았지만, 최근 건물주 측에서 보상금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철거허가를 일시 보류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