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대릉원에서

경주 대릉원에서

2022-11-07     김희동기자

- 김성춘

 

대릉원은 여백이다

 

왕들이 떠나고

나도 어느 날 곧 그렇게 떠나겠지만

오늘은 살아서

그로테스크한 페허 속을 걸어 간다

그로테스크한 하루 속을 걸어 간다



포플라 나무 위 저 까치부부

왕들과 함께 산책중이다

무덤이 말한다

삶은 노루꼬리보다 짧은 여행이라고



오늘은 잠시

아름다운 푸른 색 섬광이 빛나는 별에 와서

현실과 초 현실의 경계를 걷는다

살아서 걷는 이 사소한 즐거움

삶은 아주 짧은 천국이라고

포플라 나무 가지 위 저 까치부부도

잘 안다

왕릉 옆 흰 구절초도

잘 안다
 

김성춘

 

부산 출생

74년 심상 제1회 신인상 등단

시집, 『길위의 피아노』 외13권

최계락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