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월드컵, 베테랑 김영권·정우영이 보여준 투혼

2022-12-07     뉴스1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월드컵 무대. 한국 축구대표팀의 기둥인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32·울산), 미드필더 정우영(33·알사드)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쏟아냈다.

물론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김민재(나폴리), 황희찬(울버햄튼), 이강인(마요르카) 등 젊은 공격자원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중원과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준 두 선수가 없었다면 벤투호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16강 무대를 밟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지난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졌다. 조별리그 H조에서 포르투갈을 꺾는 등 돌풍을 일으켰던 벤투호의 발걸음도 16강에서 멈췄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기간 내내 김영권의 투혼은 빛났다. 김영권은 아시아 지역 예선부터 본선 무대까지 쉼 없이 달려왔다. 2014 브라질 대회, 2018 러시아 대회에 이어 커리어 3번째 월드컵을 맞이했던 김영권은 팀 내 최고참급으로 선수들을 이끌었다.

김영권은 벤투 감독 부임 후 43경기를 소화하며 김민재(40경기), 손흥민(39경기)을 제치고 한국 선수 중 벤투호 최다출전 1위를 기록했다.

특히 4년 전 러시아에서 ‘카잔의 기적’을 쓰며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2-0 승)에서 결승골을 넣었던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이 1무1패로 벼랑 끝에 몰렸던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 김영권은 0-1로 밀리던 전반 27분 코너킥에 가담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가던 한국은 김영권의 골로 균형을 맞췄고,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울버햄튼)의 극장골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낼 수 있었다. 4년 전 러시아 카잔에서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는 도하의 기적을 쓰며 생애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누렸다.

김영권은 이번 대회에서 센터백인 김민재(나폴리)가 종아리 부상으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수비 리더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특히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는 김민재의 결장 속에도 불구하고 권경원(감바오사카)과 안정된 수비를 보이며 역전승을 견인했다.

나아가 그는 마지막 16강 브라질전에서 A매치 통산 100번째 경기를 소화하는 영광도 누렸다. 결과는 아쉬웠으나 김영권은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것을 그라운드에서 쏟아내며 투혼을 발휘했다.

김영권은 “이전 대회에서는 허무하게 탈락한 적이 대다수였고, 경기력 측면에서도 워낙 안 좋아 모든 경기들이 너무 힘들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력적인 면이나 결과적인 부분도 얻어왔기 때문에 조금은 다른 대회였다. 4년 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영권 만큼이나 중원 미드필더인 정우영도 월드컵을 준비하는 4년 동안 소금같은 몫을 해냈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정우영은 대회를 앞두고도 팬들의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빌드업 축구를 펼친 벤투호는 중원에서의 패스 미스 등으로 상대에게 반격을 내주는 경우가 나왔는데 정우영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4경기 모두 선발로 나왔을 정도로 벤투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그는 공수에 걸쳐 연결고리 역할을 하며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정우영은 황인범(올림피아코스)과 허리에서 좋은 호흡을 자랑하며 페데리코 발베르데(우루과이), 토마스 파티(가나) 등이 버티던 상대와의 중원 싸움을 이겨냈다.

특히 포르투갈과의 가장 중요했던 3차전 막판 김영권이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중앙 수비로 내려가 온몸을 던져 상대 공격을 막아냈다. 힘들어서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순간에서도 투혼을 발휘했던 정우영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은 16강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브라질전에서는 페널티킥을 내주며 다소 아쉬움도 남았지만 벤투호와 함께한 여정 속에서 정우영의 존재감은 단순한 베테랑 선수 1명 이상이었다.

정우영은 “16강전에서 원하는 결과를 못 얻었지만 개인적으로 모든 것을 쏟아냈다”며 “월드컵에서 우리가 준비했던 것들을 다 보여줬다는 것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지난 4년을 돌아본 그는 “매 순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월드컵에서 원하는 공격력을 보여줬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후회는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영권과 정우영 두 베테랑은 어쩌면 자신에게 다시 찾아오지 않을 수 있는 월드컵 무대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많은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