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범죄를 알리지 말아 달라”

택시기사·동거녀 살해 유기한 이기영 범죄행각에 국민 公憤 피해자 카드로 여친 명품선물 경찰 수사과정서 자신의 범행 부모에 알리지 말아달라 당부 형량을 낮춰보기 위해 계산된 이 충무공 코스프레는 아닌지

2023-01-03     모용복국장
임진왜란 최후의 전장(戰場)인 경상남도 남해 노량 앞바다. 7년간 전쟁의 마침표를 찍는 마지막 전투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도망가는 적들을 섬멸하기 위해 밤새 전쟁을 독려하다 탄환을 맞고 쓰러진다. 이 충무공은 “지금 전쟁 중이니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말하고 전사한다.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나라 안위(安危)를 걱정하는 영웅의 장렬한 최후다.

택시기사를 살해해 벽장 속에 유기하고 동거녀까지 살해한 이기영(31)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전 국민적 공분(公憤)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찰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추가 범행을 밝혀내기 위해 이기영과 통화한 380명 소재를 확인 중이다. 이들 중 370명은 안위가 확인됐으며, 나머지도 휴대전화 변경 등 사정으로 확인이 늦어져 추가 범행 정황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또 이기영을 상대로 사이코패스 분석(PCLR)을 진행 중에 있다. 프로파일러들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 현장조사, 대면조사, 유년시절 성장기록상 특이점을 상세히 검토해 이달 중순께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의 경우 통상 PCLR 검사에서 25점 이상을 받으면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한다. 이 검사에서 계곡살인 범죄자 이은해는 40점 만점에 31점, 미성년자 성폭행범 조두순은 29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엽기행각을 미뤄봤을 때 이기영은 이들보다 우수한 점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추가 범죄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기영 범죄가 일반적인 행태가 아니며 즉흥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이 커 충분히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만일 그가 택시기사 경우처럼 처음 만난 사람을 상대로 범죄를 저질렀다면 전화 통화를 안 했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통화기록을 통한 추가범죄 조사는 헛수고가 된다.

이기영은 택시기사를 잔혹하게 공격해 살해한 후 시체를 옷장 속에 숨겼다. 이어 택시 내부를 뒤져 수첩 속에서 스마트폰 패턴을 본 뒤 잠금 해제했다. 그리고 택시기사 명의로 5000만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아 흥청망청 썼다. 택시기사 카드로 600만원대 커플링을 사서 여자친구에게 선물했으며, 유흥업소에 가서도 돈을 펑펑 썼다. 술집에서 처음 본 남성들에게 접근해 술과 고기를 사주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이기영이 사는 집 명의를 확인한 결과 소유주는 50대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휴대전화를 갖고 사용한 사람은 이기영이었다. 그는 이 여성 행세를 하며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오면 거짓 메시지를 보내 철저히 속였다. 조사 결과 금전다툼으로 여성을 살해한 후 그녀 명의 신용카드로 거액의 대출을 받아 펑펑 쓰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이기영 범죄행각에서 양심이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그런 그가 택시기사를 살해한 날 여자친구 부모와 함께 술을 마시면서 예의를 차리겠다고 술잔을 받아 고개를 돌려 두 손으로 공손하게 마셨다 하니 야누스도 울고 갈 두 얼굴을 가진 악마(惡魔)가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이기영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나의 범행을 부모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함부로 한 살인마가 자신의 범죄행각을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무슨 심산(心算)인가. 인면수심(人面獸心) 악마에게도 한 가닥 양심은 남아 있어서인가. 아니면 충무공 구국 코스프레(cospre)를 이용해 형량을 낮춰보기 위한 계산된 꼼수일까?

모용복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