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에 대한 소고小考

2023-03-02     김희동기자

- 곽종희





빨강 초록 비단결이 켜켜이 잠을 자도

정작엔 사십 년 된 낡은 이불 덮는 엄마

기실은 지난날들을 버리기 싫은 거다



아부지 미운 정을 촘촘히 누벼 넣고

자식들 보고픔도 땀땀이 바느질한

숨죽은 그리움 한 채 덮고 사는 것일 게다



낡은 이불 한 채에 삐져나온 발이 열 개

흩어진 그 발들을 다독이는 꿈속에는

옥양목 시린 홑청이 서걱이고 있겠다

 

 

 

 

 

 

 

 

 

 

 

 

 



 

곽종희

경북 영양 출생, 2018년《나래시조》 신인상

중앙시조백일장 장원(2021년 4월)

나래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시조집 『외로 선 작은 돌탑』 출간(2022)

《운문시대》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