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인형

2023-03-09     김희동기자

- 이여명



바람이, 사람 되고 싶어

저런 미완성으로

팔 휘저어 공중을 잡고 일어서보는 것이다

일어서다 주저앉고 허리에서 꺾인다



어릴 적 나도 일어서기 위해 아무거나 붙잡았을 것인데

그때 어머닌 물레를 젓다가

몰래 한 손으로 내 엉덩이를 떠받치고 했을 것인데



아직 저 머리 뭉툭하다

아침부터 하늘을 떠받으며 몸부림이다

나도 일어서기 위해

아침부터 엉덩방아를 찧고 보채었을 것인데



쿵쿵 개업상가 곡조를 아직 모르는 듯

미니스커트 춤추는 여자 마음을 알지 못하는 듯

그 가락을 타는 건 아니다

저 눈빛 아직 무엇을 말하지 못한다



나도 아직 무엇을 말하지 못한다

이 땅에 태어난 생명들

슬프거나 기쁘거나 모두 일어서는데

저 풍선, 사람이 되기까지 내일도 일어서볼 것이다



사람이 되는 일, 그 무엇이 되는 일 그리 쉽지 않다


 

 

 

 

이여명

 

 

경주출생

2004년 농민신문신춘문예 등단

제3회 경주문학상 수상

시집 『말뚝』 『가시뿔』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