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입다

2023-03-20     김희동기자

- 최재남



패션을 추구하는 나의 옷은 유죄다

어제 입고 오늘은 버려 수거함에 꽉 찬 브랜드

일회용 명품 아니어도 패스트패션 대세라



사막을 덮고 있는 티셔츠가 흉기라고

큰 바다 다 퍼가는 목화를 고발하며

뉴스 속 아랄해* 태그가 자막으로 지나간다



유행에 길을 내며 옷더미에 갇히는 물

한 가닥 실을 풀어 그 물줄기 잇는다

몸 안에 흥건하던 날개, 깃을 턴다 거울 앞





*목화를 키우기 위해 아랄해로 들어오는 물줄기를 돌려, 아랄해가 점점 줄어들어 지금은 사막화가 되었다. 면 티셔츠 한 벌 만드는데 2,700L 물이 필요하다.

 

 

 

 

 

 

 

 

 

 

 

 

 

최재남

 

 

 

 

2008년 《시조21》 신인상 등단

시조집 『바람의 근성』 『섬의 시간』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