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월의 디카시[봄 벽화]

2023-03-26     김희동기자

 

댓잎 난초 아니어도

일필휘지로 그려낸
 

봄을 여는 한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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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영춘화(迎春花)는 ‘봄을 맞이하는 꽃’ 이라고 한다. 이 꽃을 내게 보내 주었던 ‘야생화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선배가 문득 생각난다.



내게 가꿔야 할 작은 마당이 생겼을 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었다. 아이스박스로 된 택배에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 십여 가지가 촉촉한 흙과 함께 봉지봉지 싸여 있었다. 너무 놀라고, 감사하고 좋아서 여기저기 심고 나누었다.

그 중 하나였던 꽃이 매년 한 송이, 두 송이씩 늘려가며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었다. 잘 보살피지도 않는 주인에게 자신을 피력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 는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런데 요즘은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너무 많음을 깨닫게 하는 일들이 자꾸 생겨 자존감이 급상승하고 있다.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잊고 지냈었는데 후배야 그러든지 말든지 그 따스한 마음은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해마다 꽃으로 피어나 내 모자란 벽을 환하게 채워 주고 계셨던 것이다.

디카시.글: 정사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