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형

2008-03-23     경북도민일보
 `나는 세상과 잘 융합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파격적인 언행을 일삼았던 조선시대 허균은 결국 능지처참이라는 가혹한 형벌로 일생을 마감했다.
 그는 삼척부사로 있을 때 목에 염주를 걸고 업무를 보는가 하면 걸승 흉내까지 냈다. 또 서출에게 관직 임용의 길을 열어 달라고 상소를 올리는 등 양반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7차례나 관직에서 쫓겨났다가 다시 복직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산 그는 정2품 좌참찬 자리까지 올랐으나 양반귀족을 몰살시킨다는 내용의 역모 계획이 발각돼 팔과 다리, 그리고 몸통이 6조각으로 찢기는 형벌을 당하고 만다. 조선시대 형벌 중에서는 이처럼 잔혹한 신체형이 많았다. 흔히 알려진 태형과 장형 외에도 신체 부위에 먹물로 죄목을 새겨넣는 자자, 코를 베어 버리는 의비, 발뒤꿈치의 힘줄을 베는 월족 같은 형벌도 짧은 시기이긴 하지만 집행되었다. 물론 다른 나라도 신체형에서 예외는 없었다. 18세기 프랑스 국왕 루이 15세를 시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다미앵은 네 마리 말에 묶인 채 사지가 찢어지는 참형을 당했다. 이슬람의 율법에는 절도범의 손목을 자르는 형벌이 남아 있다. 미셸 푸코는 근대 이전에 만연했던 신체형에 대해 `사법을 회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치적인 해석을 달았다. 범죄자의 처벌당하는 신체를 통해 대중이 군주의 격앙된 모습을 느끼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뇌물을 바라는 공무원은 손목을 자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집권한 8년간 공무원 뇌물수수가 더 악화됐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한 반응이다. 그의 격앙된 모습은 볼 수 있지만 그런 잔혹한 발언만으로 뇌물 수수가 사라질지는 의문이다. 
 /金鎬壽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