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월의 디카시[부럽다 꽃수저]

2023-05-14     김희동기자

 

땟깔나는 의상
춤추는 상상력
거침없는 도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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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박태기 나무가 집안에 부를 가져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예전 집 마당에 이 나무를 심었었다. 나무는 잘 자랐고 고슬고슬 지어놓은 밥 같기도 한 꽃을, 해마다 더 뽀글뽀글하고 다닥다닥하게 피워냈었다. 모습이 앙증맞고 특별하여 좋아하는 나무라 매번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찍게 된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가 밥알 모양과 비슷해서 그런지 밥티나무라고도 부른다. 북한에서는 꽃봉오리가 구슬 같다 하여 구슬꽃나무라 하고 그리스말로는 Cercis, 즉 칼처럼 생긴 꼬투리가 달린다 해서 칼집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물질에 눈이 멀어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죄책감을 느끼고 이 나무에 목매어 죽은 나무라고 하여 유다 나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도 있다. 붉은 꽃은 유다가 흘린 참회의 눈물이고, 하트 모양의 잎은 유다의 아픈 마음을 상징한다고 믿었단다.

그런데 화자는 이 꽃을 보고 ‘젊음’ 또는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찍다보니 전봇대를 같이 찍게 되어서 더욱 그랬다. 뻣뻣하고 차갑고 무조건 직진만 할 것 같은 시멘트 전봇대와 화려한 색에 자유로운 방향으로 춤추는 듯 상승하는 저 꽃 가지가 대조되어 보였다.

같은 땅에 뿌리 내린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자신만의 색으로 거침없이 자신을 표현하고 드러내는 표현방식과 어제 만났던 한 젊은 작가를 생각한다.



디카시.글: 정사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