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월의 디카시[아버지]

2023-05-21     김희동기자

 

저들과 함께했던 삶
너무 무거웠던 게야


환갑 고개 넘자 찾아온 중풍
근육은 어디 가고
아장아장 걷는

 

*****
 

[시작노트] 10남매의 장남이셨던 아버지는 그 연령대의 많은 분들이 그러하셨듯 어린 나이부터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났었다고 한다. 좋아하던 공부도 포기하고...

한 집안의 가장으로, 딸 셋 아들 하나 둔 아빠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안 해본 일이 없다 하실 정도로 열심히 사셨다.

언제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일인지는 모르나 저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 내리는 일을 하셨던 아버지, 뽀빠이 아저씨만큼이나 근육이 빵빵했던 아버지 팔에는 네 명의 아이들이 매달려도 끄덕없었다.

“칠십까지만 일하고 그 때 여행도 다니려고 했지” 라는 말을 하며 허허 웃으시는 여든의 아버지는 막내 아들이 대학을 마칠 때쯤 갑자기 찾아온 뇌졸중으로 하루도 쉬지 못했던 일로부터 해방되었다.

저 무거운 통을 들고 옮기는 아버지가 자랑스럽기보다, 힘들고 안쓰럽기보다 부끄럽게 생각되었던 적도 있었다. 저 앞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유일 거다.



디카시.글: 정사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