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암 가는 길

2023-06-01     김희동기자

- 이원만

 

 

제 뜻을 굽히기도 하고 
제 뜻대로 뻗어가기도 하는
길을 먼저 보내고 느릿느릿
뒤따라가는 길입니다.
평생 한걸음도 옮기지 않은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펼쳐놓은 것은
스스로 길이 되어 걸어간 것 
눈부시지 않게 올려다보라는 말이지요. 
가까이 다가가도 그냥
제 할 일 하는 다람쥐가 의젓하지 않은가요.
넉넉한 거리를 두고 서로 갈길 가는 중인 뱀에게 놀라 
돌을 던지는 것 미안해야합니다.
모두가 입을 다물면 들리는 물소리
침묵을 가르치는 선생이지요.
길가에서 천년 넘게 자리 공양하는 바위에 앉으면
마음의 뒤통수 때리는 목탁소리
절 마당에 올라 내려다보면 
햇볕 공양하는 이파리들 저리도 공손합니다.
오르기에 힘들지 않고 
내려가기에 짧지 않은 길 걷고 나면
몸도 마음도 나도 당신도 다 맑음이지요.
물도 나무도 바위도 다람쥐도 
사촌쯤 되어 있지요.

 

 

 

 

이원만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2023 계간 문학나무 신인상 등단

사회적 기업 (주)아트플랫폼 한터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