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도 시조시인 시조집 발간

물이 흐르듯 전하는, 민병도 시조시인의 고요와 경이

2023-07-25     김희동기자
참으로 맑은 물이다. 시집을 받아서 읽는 내내 물 흐르는 소리가 귓바퀴를 타고 강으로 강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시조의 현대적 계승과 국제화에 앞장서고 있는 민병도 시조시인이 최근 <고요의 헛간>을 목언예원에서 출간했다.

시인은 ‘눈으로 읽을 때는 온 세상이 사전(辭典)이었다 마음이 불러오면 풀잎마저 경전이던 것 그 경전 놓친 행간에 붉은 밑줄 보탠다’고 단수로 시인의 말을 전했다.

다섯 파트로 나눠 81편의 시를 ‘소중한 것일수록 비틀어야 열린다’ ‘천년을 누웠어도 일어날 뜻이 없네’ ‘낫은 풀을 이기지 못한다’ ‘썩지 않는 씨앗이 어찌 싹을 틔우랴’ ‘시간의 집을 나와 버려진 듯 살고 싶다’ 에 나눠 담았다.

시조의 백미를 보여주는 단수에서 우리말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와르르 무너진다.

흔드는 바람은 두고 꽃잎만 탓하지 마라/내 이미 고요의 헛간, 짐마저 풀었거니/달빛을 바늘에 꿰어 바람의 혀, 궤멜까 보다

<이미> 전문

손 없으면 발 있던지, 꿈 실을 날개 없이/배밀이로 기어 왔던 한 생애 돌아봐도/어차피 내버리고 갈 집 걱정은 없었네

<민달팽이> 전문

작품해설을 쓴 전종대 박사는 ‘존재의 여백, 고요의 미학’이라고 시집을 평했다.

그는 “절제된 운율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 모습을 시적으로 잘 형상화 하고 있음을 알수 있다”며 “그의 삶의 연륜과 그 의미를 함께 발견할 수 있으며 특히, 불교적 색채와 노자의 무위자연의 삶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덧붙여 “그의 시집을 관통하는 그의 삶의 철학은 무상과 무아에 대한 삶의 지향과 존재의 여백을 통한 고요의 미학이 아닐까”라고 생각을 밝혔다.

민병도 시인은 시조의 현대적 계승과 국제화에 앞장서왔으며 특히, 이호우, 이영도시조시인의 시조정신을 기리는 일에 깊은 애정을 쏟아왔다. 한편 2023 유심작품상에 선정돼 오는 8월11일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시상식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