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2023-08-30     김희동기자

-김인수



성장통이 심했던 날은 낮에도 흐르지 않는 반달이 감나무 우듬지에 걸리곤 했다

흔들림 없이 둘레를 키우고 몸을 열어 빛을 모으는 달의 기척을 모른 체하며 신발 끌며 먼 길을 건너왔다

달이 도톰하게 차오르는 밤이 오면 제 그림자에 놀라 조금씩 몸을 비우는 박달대게 떼들의 물치는 소리와 울산 바다로 내려가는 밍크고래 떼의 거친 숨소리가 자욱했다

눈물이며 기다림의 소매를 비끌어 맨 아픈 자국이 반달에는 얼룩져 있다

 

 

 

 

 

 

 

 

 

 

 

김인수

 

영덕 출생

2009년 (아람문학) 신인상 등단.

시집으로 「분홍바다」 「푸른 벼랑」 「지상에서 가장 먼 것들」등.

경북문협 작가상, 경 북펜문학 작가상, 경북여성문학상, 경북일보 청송객주 문학상 수상.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