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땐 장기기증 하고싶어”… 5명에 새삶 주고 떠난 엄마

영덕 출신 50대 故 강미옥씨 돌연 의식 잃고 쓰러져 사망 유족, 고인 뜻 따라 장기기증 둘째 딸 “아빠·언니 사별 후 세상에 엄마랑 둘만 있었는데 하늘나라에선 행복하길 바라”

2023-08-30     김영호기자
장기기증으로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50대 여성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주인공은 경북 영덕 출신 고(故) 강미옥(58) 씨.

30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7월 22일 개인 사업장에서 일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에 가족들은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가 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던 생전 고인의 뜻에 따라 장기 기증에 동의했다.

강씨는 평소 가족에게 만약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가 된다면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가족은 고인의 유지(遺旨)에 따라 장기를 기증했다.

유족에 따르면, 경북 영덕에서 5남 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강 씨는 둘째딸 이진아 씨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남편과 사별했다. 큰딸도 22살에 사고로 떠나보낸 뒤 둘째 딸 이진아씨와 손자 시현이를 바라보며 살았다.

진아 씨는 “이 세상에 남은 건 엄마랑 저밖에 없었는데 엄마가 고생만 하고 떠나신 것 같다”며 “하늘나라에서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고 장기 기증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우리 다음 생에 만나서는 오래오래 헤어지지 말고 행복하게 살자. 하늘나라에서 아빠랑 언니랑 아프지 말고 잘 지내고, 엄마가 사랑하는 손자 시현이 씩씩하게 잘 지낼 테니 가끔 꿈에 나와줘. 엄마는 내 인생의 전부였고 삶의 낙이었어.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문인성 기증원장은 “삶을 얼마나 아름답게 살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아름답게 이별하여 기억되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며 “생명나눔을 통해 다시 살게 된 분들을 대신 모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