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월의 디카시[길조(吉兆)]

2023-09-24     김희동기자

직녀의 베틀에 하얀 반달이 걸렸다

이번엔 견우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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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반달은 보름달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보름달을 보고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무언가를 빌게 되지만 반달은 그냥 넋 놓고 한참을 쳐다보게 되는 것 같다.

어렴풋한 반원 모양을 갖춘 낮달도 그러하거니와 초저녁 하늘의 반달도 어여쁘다.

유난히 파랗다 싶은 하늘, 그 새파란 저녁 하늘에 뜬 하얀 반달은 곱고 여리여리한 어떤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어찌 저것을 쓰다 버린 쪽박이나 신다 버린 신짝이라고 했을까. 옛 동요를 떠올리며 더 잘 어울리는 비유를 찾는다.

달은 나를 따라오다 전깃줄에 걸렸다. 하늘의 직녀가 짠 솜씨인 듯 반듯반듯한 씨줄과 날줄.

그 정교한 교차는 베틀 앞에 앉은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하얀 희망 하나를 걸어 놓는다.



디카시.글: 정사월 디카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