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바르심과 명승부 연출한 우상혁, 진짜는 파리 올림픽이다

2023-10-05     뉴스1
‘스마일 점퍼’ 우상혁은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높이뛰기에서 2m28을 넘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우상혁은 2m35을 뛴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에게 2cm뒤진 2m33을 기록,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우상혁이 이번에 딴 은메달은 5년 전 은메달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상혁은 “5년 전엔 억지로 뛰었던 것 같다”면서 “지금도 그때 영상을 보면 ‘어떻게 저렇게 뛰었나’ 싶다. 당시엔 강박과 압박 속에 높이뛰기 자체를 즐기지 못했다. 반대로 지금은 너무나도 잘 즐기고 있고 행복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결선에서의 긴장감과 주목도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5년 전 대회엔 바르심이 빠졌고 이번 대회는 바르심이 참가했기 때문이다.

2010년 도하, 2014년 인천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바르심은 2017년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해 이듬해 열린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엔 불참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기량이 급성장한 우상혁은 세계 정상급 점퍼로 성장한 뒤 항저우 대회에 참가했고, 바르심도 아시안게임 출전을 결정하면서 세계선수권급 빅매치가 성사됐다.

세계 랭킹에서 알 수 있듯이 아시아에선 우상혁(세계 4위)과 바르심(세계 2위)을 제외하면 금메달 경쟁에 뛰어들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가 없었다. 그나마 일본의 아카마츠 료이치(9위)가 톱10 안에 들었을 뿐이다.

실제로 우상혁과 바르심 모두 예선에서 단 한 번의 점프만으로 결선에 진출, 클래스가 다르다는 것을 입증했다.

결선에서도 둘은 월드클래스 기량을 뽐내며 2m33부터 ‘최후의 2인’으로 살아남았고, 경기가 열린 주경기장의 분위기는 급격하게 달아올랐다.

우상혁이 2m35를 넘지 못한 반면 바르심이 2m35를 성공하면서 둘의 희비가 엇갈렸지만, 오랜 기간 세계 최강으로 군림한 바르심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우상혁도 큰 박수를 받았다.

우상혁도 바르심 못지 않은 최정상급 선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우상혁의 기량은 최근 3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상승곡선을 탔다.

도쿄 올림픽에서 4위(2m35)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린 우상혁은 2022년에는 세계육상실내선수권대회 우승과 실외선수권대회 준우승을 달성했다. 수 차례 입상을 거치면서 우상혁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점퍼가 됐다.

올해도 골든 그랑프리 우승(2m29), 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 2위(2m30),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회 우승(2m28)을 차지하며 기세를 올렸다.

지난 8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선수권 높이뛰기 결선에서 6위(2m29)에 그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취리히 다이아몬드리그 3위(2m31)에 오르며 한국 육상 최초로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도 진출했고, 더 나아가 파이널 무대에서 2m35로 정상에 오르며 새 역사를 썼다.

그리고 아시안게임에서 바르심과 치열한 2파전을 펼치면서 유럽 혹은 북미보다 저변이 얕은 아시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우상혁은 한뼘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그는 “다음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이제 300일도 안 남았는데 다시 준비를 철저히 해서 바르심 선수와 탬베리 선수,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날 두려워하도록 만들겠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