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이라는 것

2023-10-15     김희동기자

- 이선정





사람을 잃은 저녁은 춥네

앞에서 안아주던 팔

바람이 쓸어내리고

오직 내게로 열렸던 귀

동굴 속 메아리처럼 어지러운

후음으로 흐려진 저녁

뾰족한 나침반은 절벽을 가리키고

길을 헤쳐도 온통

나락으로 떨어지는 벼랑 끝 지도

구멍 뚫린 저녁이

아래로 몸 던지려 신발 벗을 때

뒤에서 가만히 발등을 감싸는 손

창피한 삶의 허기를 데려다

국밥집 테이블에 앉혀놓는 침묵의 눈

사람을 잃은 저녁

사람의 온기를 말아 먹으며 한 사람을 보네

편이라는 것, 마지막 순간

조용히 너의 안쪽을 내 안쪽에 들인다는 것

 

 

 

 

 

 

 

 

 

 

이선정

강원도 동해 출생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수료.

2016년 『문학광장』 등단.

2020년 강원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2023년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계간 『동안』 편집위원

시집 『치킨의 마지막 설법』, 『고래,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