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우드슬랩

2023-10-31     김희동기자

- 변영현
 

신의 붓이 지나간 듯 아름다워

가까이 다가가면

지옥 같은 폭풍을 만나게 될 거야

목성 이야기야 어쩌다 그 별은

나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수망고나무로 만들었대

통으로 베어져 누워 있는 남자

시체 같아

뜨거운 차를 올리면

앗 뜨거, 하며 벌떡 일어날 것 같은데



다르게 산다는 게 이런 걸까

망고나무가 탁자가 되는 것

탁자가 되고서도 여전히 망고나무로 불리는 것
 

탁자 위 꽃은 생생하다 생생해서

곧 시들 것이다

우리 집, 꽃밭 같지?

머리채를 잡힌 다음날이면

꽃을 받는다고 했다
 

시든 꽃은 어떻게 다르게 살게 될까

친구는 베란다 밖으로 꽃을 던지며 말했다

누가 뛰어내릴까 겁이 나
 

해가 지고 있다

태양은 어디로나 뛰어내린다

빌딩 사이로 바다로 망고나무 숲으로
 

눈동자에 핏빛이 번진다

그 속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새

저 새 이름 알아?

몰라

 

 

 

 

 

 

모르는 것만 슬픔을 모른다

 

 

 

 

 

 

 

 

 

 

 

 

 

 

 

 

 

 

 




 

변영현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