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친 돌보다… 대구서 또 ‘간병 살인’

치매 아버지·15년간 간병해온 아들 같은 날 숨진 채 발견 시민단체 “같은 비극 막기 위해 공공책임돌봄 입법화 시급”

2024-01-17     김무진기자
대구지역에서 오랜 간병 스트레스로 인한 ‘간병 살인’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7일 대구에서 치매를 앓던 아버지와 15년간 부친을 돌봐온 아들이 같은 날 숨진 채 발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대구 달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8께 달서구 월성동 한 아파트 화단에서 A(50대)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가 아파트 15층 자신의 주거지에서 투신한 것으로 보고, 주거지를 수색하는 과정에서 A씨의 부친인 B(80대)씨가 방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은 해당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부자지간이었고, 모친 사망 후 A씨가 치매를 앓고 있던 B씨를 약 15년간 돌봐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씨가 부친 B씨를 둔기로 숨지게 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견 당시 현장에선 “아버지와 함께 묻히고 싶다”는 내용의 A씨가 쓴 유서 형식의 짧은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예정”이라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대구에서 약 40년간 보살펴온 중증 장애인 아들을 살해한 60대 남성 C씨가 구속됐다.

C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식사, 목욕 등 아들의 간병을 도맡아왔지만 ‘간병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이같은 비극을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오랜 간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결국 살인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공공책임돌봄 입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