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무덤’ 대구, 후분양 아파트도 흥행 참패

‘반고개역푸르지오엘리비엔’ 1·2순위 청약 경쟁률 0%대 인근보다 높은 분양가격 원인 “올 첫 후분양 ‘처참한 성적표’ 한동안 분양시장 어려울 전망”

2024-02-18     김무진기자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지역에서 14개월 만에 기지개를 켜고 분양한 새 아파트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더욱이 이 아파트는 고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방식으로 분양을 진행했지만 0%대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 대구지역 미분양 물량을 더 늘렸다.

18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등에 따르면 지난 14~15일 대구 서구 내당동 ‘반고개역푸르지오엘리비엔’의 1·2순위(특별공급 포함) 청약 마감 결과 239가구 모집에 19명만 접수, 경쟁률이 0.08대 1에 그치며 대거 미달됐다.

구체적으로 전용면적 84㎡A(183가구) 18개, 84㎡B(55가구)에 1개의 청약통장이 각각 접수됐을 뿐 나머지 타입에선 청약 건수가 제로(0)였다.

앞서 지난 13일 진행한 이 아파트 특별공급(다자녀·신혼부부·생애 최초·노부모·기관추천) 청약 때도 114가구 모집에 전용면적 84㎡A 타입 생애 최초 분야에서 1건의 청약통장만 접수됐다.

특히 해당 아파트는 당장 오는 3월 중 입주가 예정된 후분양 단지인 탓에 청약 대거 미달에 따른 부담은 사업 시행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인근 다른 아파트 단지에 비해 많이 높게 책정된 분양 가격이 대거 미달 사태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이 아파트 84㎡ 기준층의 평균 분양가는 7억3900만원(발코니 확장비 포함)으로 6억원대에 실거래가가 형성된 주변 단지보다 1억원 이상 비싸다. 3.3㎡당 평균 분양가도 2192만원이 넘었다.

또 1만 가구가 넘는 대구지역 아파트 미분양 상황도 이번 청약에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됐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 부동산 규제를 피해 높은 분양가를 받고자 후분양으로 방향을 돌린 사업 시행사의 전략이 악수로 작용했다”며 “올해 대구에서 처음 선보인 아파트 분양이 크게 고전한 것을 보면 당분간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말 기준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1만245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국 물량 6만2489가구의 16.3%를 차지한다. 특히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1044가구로 1년 전인 281가구보다 2.7배 이상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