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2024-02-18     김희동기자

- 양동림



송곳을 갖고 있습니다

애착인형 같은 것입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만지작거릴 것입니다

꼬마시절 지나가는 개가 달려들까 무서워

주머니에 넣어둔 작은 돌멩이 같은겁니다

겁이 나도 주머니 속 돌멩이를 믿고

용감해지는 나였으니까요



송곳은 세상이 내게 박아댄 못이었습니다

가슴을 후벼 파던 못을 빼내서 갈고 갈았습니다

주머니에 넣어두니 내 허벅지만 찔러대지만

그래도 아프니까 안심이 되는

그런 송곳을 만들었습니다

혹여 하늘이 무너지면 구멍을 뚫을

송곳을 갖고 있습니다


 

 

양동림

 

 

2008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여시아문』, 『마주 오는 사람을 위해』

제주작가회의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