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월의 디카시[모래 침상]

2024-03-03     김희동기자

좌표 잃어 부서진 배 같은

어버이의 갈비뼈



어느 쪽으로 누워도 편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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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해변의 밤은 화려하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에서 조금 멀어진 곳에서 차분하고 이색적인 장면을 마주했다.



바닷가 한 편에 가지런히 세워진 서프보드다. 서프보드(surfboard)는?파도타기에 사용되는 보드를 일컫는 스포츠 용품이다. 무언가 나란히 줄지어 선 모습에 다가갔다가 까만 바다와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하얀 등대까지 사진에 담으니 더 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모래사장은 침상이 되고 어느덧 갈비뼈를 다 드러내고 누운 어느 노인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탈것 또는 맨몸으로 파도를 잡는다는 개념의 서핑은?하와이를 비롯한?폴리네시아의?문화적 의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서프보드를 만들고 서핑을 하는 과정을 통해 바다의 신에게 보호를 요청하는 종교적 제의였다고 한다.



최소한의 조명으로 예를 갖춰본다.



디카시. 글: 정사월 시인